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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일부 선제적 폐기 동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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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일부 선제적 폐기 동의 가능성”

입력
2018.06.01 04: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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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미국 반출도 합의 개연성”

“짧은 기간에 北 진정성 증명땐

美는 즉각적인 보상 착수 교환”

마이크 폼페이오(맨 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오른쪽 두 번째)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미국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갖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맨 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오른쪽 두 번째)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미국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갖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패의 관건은 31일(현지시간) ‘뉴욕 담판’에서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교환 방식과 관련해 양측이 얼마나 의견 접근을 이뤘는지다. 비핵화 의지 확인 차원에서 북한으로부터 위협적 핵무기 일부를 미리 받아내 폐기하는 이른바 미국의 ‘프론트 로딩’(front loadingㆍ전진 배치) 제안에 북한이 동의했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체제 보장 없는 선(先)무장해제 조치를 북한이 수용했겠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상당수 전문가가 가시적 단기 성과를 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였을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등가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첫 단계에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량과 핵탄두 일부를 선제적으로 폐기해야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다는 데에 북한이 공감했을 수 있다”며 “대신 첫 단계 이행 시한을 3, 6개월 등으로 아주 짧게 설정, 북한이 진정성을 증명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면 곧장 미국이 보상에 착수하는 식의 합의가 도출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방안이 관철되기를 더 많이 바라는 쪽은 물론 미국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프론트 로딩 방식을 받지 않는다면 결국 대북 제재 해제라는 보상을 먼저 받고 나중에 북한 처분에 따라 비핵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실패한 협상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ICBM 반출의 경우 북한 입장에서도 별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ICBM 생산 기술이 상이하지 않기 때문에 완성 무기를 건네줬더라도 다시 만들면 그만인 데다 어차피 시험 발사 중단 선언 탓에 ICBM을 더 이상 쏘지도 못한다”며 “북한으로선 ICBM 완성 사실을 미국 반출로 간접 인증 받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만큼 꼭 거부할 필요는 없는 카드”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5월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5월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미가 이런 방식에 이미 합의했을 개연성도 있다. 뉴욕 담판의 미측 대표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월 말과 5월 9일 두 차례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했다. 특히 2차 방북 당시 북한 관영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을 갖고 온 폼페이오 장관과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자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 공격을 막는 게 대북 협상 목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협상 성공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ICBM 선제 폐기를 카드로 내놓지 않았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돌연 협상 문턱을 높여 위기가 왔고 앞서 27일부터 진행된 북미 간 판문점 실무협상은 합의 복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용도였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체제 안전보장이 담보되지 않은 선(先)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일 리 없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프론트 로딩 논의가 북미 사이에 진행됐다는 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오로지 체제 보장을 위해 3대에 걸쳐 개발한 핵무기를 북한이 상응하는 보장도 받기 전에 미리 포기해 버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0일 한 포럼에서 북미 정상회담 뒤 연말까지 6개월 안에 비핵화와 체제 보장의 핵심 요소를 동시에 교환하고 다음 단계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검증을 거쳐 ‘완전한 비핵화’(CVID)와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맞교환하는 2단계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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