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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접시와 화분… 선반 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합니다

입력
2018.06.02 0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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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상부장을 짧게 디자인하고 그 아래 받침대가 없는 무지주 선반을 길게 달았습니다. 최고요 제공
부엌 상부장을 짧게 디자인하고 그 아래 받침대가 없는 무지주 선반을 길게 달았습니다. 최고요 제공

물건들을 진열해두고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 안 여기저기에 선반을 달아 두었습니다. 벽이 허전할 때, 혹은 무언가를 올려둘 곳이 필요할 때 선반만큼 유용한 것이 또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구처럼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죠. 대단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선반 위에 잘 진열해두면 신경 쓴 데코레이션처럼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도 엄마에게서 받은 손 편지도 선반 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곤 합니다.

서재방 책상 앞 벽에는 허전하지 않도록 이케아의 폭이 좁은 사진 진열용 선반을 달고 직접 그린 그림, 동묘에서 산 작은 도자기, LP판을 올려두었고 주방의 작업대 위 나무 선반에는 양념이나 유리병, 그림액자 따위를 올려두었습니다. 화장실에도 천장 가까이에 긴 원목 선반을 달고 필요한 용품들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선반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서 지내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핀터레스트에서 이미지를 둘러보다가 무지주 선반(받침대가 없는 선반)이 달린 주방을 발견했습니다. 그 주방은 밝고 간결했고 무지주 선반 위에는 최소한의 물건만 올려져 있었습니다. 선이 고운 주전자와 도자기, 물컵, 단순한 디자인의 화분 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올라가 있는 그 선반을 바라보며 언젠가 나도 저런 단정한 주방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죠.

그러다가 지난해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방을 직접 리노베이션하며 상부장은 짧게 제작하고 그 아래에 가로로 길게 무지주 선반을 달기로 했습니다. 올려 둘 물건들을 미리 마음속으로 선정하며 주문한 자작나무 무지주 선반을 기다렸습니다.

선반을 달고 나무접시와 아끼는 화분, 좋아하는 냄비 등을 올려두고 지내면서 지금은 왜인지 처음 영감을 주었던 주방의 이미지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대신 눈에 익은 나의 작은 주방, 그 풍경이 그려집니다. 외부에 지지대가 없어서 앞으로 묘하게 5도 정도 기울어진 데다가 약간 어긋난 선반 위에는 아끼는 물건 중 깨지지 않는 것들로만 엄선해서 올려두었습니다.

공간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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