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공무원에 뇌물 의혹 나와
한옥건축 인허가 등 1년간 뒤졌지만
경찰 결국 무혐의로 수사 마무리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서울시 구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3억 6,000만원 상당의 뇌물 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서울 중구청 도심재생과 팀장 임모씨가 임우재 당시 삼성전기 부사장으로부터 빌린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임 전 고문 역시 호의로 돈을 준 게 맞다고 하면서 부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추진하던 중구 장충동 한옥호텔 건립과 관련된 돈 거래가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1년여의 경찰 수사 끝에 임 전 고문의 뇌물공여 의혹은 무혐의로 30일 마무리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신용상태, 채권채무관계 조사 등 다방면의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무혐의 판단 근거는 크게 7가지다. 우선 임 전 고문이 뇌물이 오갔다는 2013년 이후 4년간 계좌에서 인출한 돈이 6,200만원에 불과한 데다, 양자간에 현금이 오고 간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을 주고 받은 시간과 장소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당시 상당액의 채무가 있어 뇌물을 건넬 자금 여력이 없었다는 경찰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임 전 고문은 부인과 별거 상태여서 삼성가와의 관계가 이미 끊어진 상황이었고, 호텔신라의 한옥건축 관련 인허가는 중구청이 아닌 서울시 소관이라 굳이 임씨에게 뇌물을 건넬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임 전 고문이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한 시기도 임씨와 알게 된 지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으로, 호의로 만날 때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돈을 빌려줬다는 진술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두 사람은 2013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경찰은 임씨가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임 전 고문 돈이라고 둘러댔고, 임 전 고문도 임씨 진술에 장단을 맞춰준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경찰의 이러한 판단대로라면 궁금증은 더 커진다. 임 전 고문이 있지도 않은 임씨와의 돈 거래를 인정하면서 압수수색과 수 차례 경찰조사 등 고초를 감수한 까닭이 뭐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둘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전 고문은 수사결과와 관련해 일절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씨는 임 전 고문과의 뇌물수수 혐의는 벗었으나 대신 구청 관내 건축설계ㆍ감리업체들로부터 1억 4,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임씨를 비롯해 중구청 소속 건축과와 도심재생과 소속 공무원들 5명은 총 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업체들에 인허가 관련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입건됐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