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특조단 조사 조목조목 지적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철상처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조사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단장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현직 판사가 ‘사법 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직접적인 관계자를 조사하지 못한 한계를 적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줬고, 겉으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조단 3차 조사결과 보고서의 문제점을 짚는 글을 올렸다. 그는 “1, 2차 조사결과가 사법부에 의한 법관 독립 침해사안을 다뤘다면 3차는 사법부가 특히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사법독립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사안을 다뤘다”고 총평했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류 판사는 이 글을 통해 ‘사법 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페이스북 캡처

류 판사는 우선 “특조단 조사보고서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사법행정권에 의한 판사 사찰 등 판사 통제 ▲사법행정권의 재판 개입 의혹 및 재판 거래 정황 등의 총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하지 못한 점을 보고서에 적지 않아, 마치 그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행정 남용을 모두 기획하고 지시ㆍ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류 판사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왜곡에 가까운 결과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특조단 조사는 형사조치를 예정하지 않는 임의조사로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실무자들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막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조사 때마다 진술 내용을 바꾸고 거짓말을 해도 위증의 책임을 묻지 못했으며, 수사의 ABC라고 하는 이메일과 통신내역 조사도 하지 못했다. 오로지 문건에 의존한 조사였다.

특조단은 판사 블랙리스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류 판사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첫 의혹이 제기됐을 때 핵심은 ‘판사 뒷조사 파일’(블랙리스트)의 유무였는데, 2차 조사에서 파일이 무더기로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블랙리스트는 판사 뒷조사 파일 뿐 아니라 그 판사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가 행해진 것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자 이게 통상적인 개념처럼 바뀌게 됐다. ‘판사 사찰은 했지만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것이다.

류 판사는 “기준을 높여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언론의 시도에 특조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께서 왜 동조하는 발언을 하셨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 처장이) 고등부장, 고법판사, 해외연수, 대법원 재판연구관 선발 등 각종 선발성 보직인사에서 불이익 조치가 없었는지 살펴봤다고 하셨는데, 선발성 보직의 선발기준(평정과 법원장 의견)은 법원장의 재량”이라며 “그래서 각종 선발성 보직인사를 앞둔 판사들이 법원장 눈에 들기 위해 각종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류 판사는 “이런 선발성 보직에서 어떤 불이익 조치를 찾고자 하신 겁니까”라고 물었다.

특조단이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 향후 수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류 판사는 분석했다. 앞서 특조단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고발할 경우 그 자체가 수사 및 재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특조단은 보고서에서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아니함’이라고 결론지었다. 류 판사는 “한계가 뚜렷한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조단은 어떻게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었느냐”며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역시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부담이 되고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류 판사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법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해 사법부가 이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분노하는지, 가담자들에게 철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는지 국민들에게 보이지 못하면 헌정유린으로 인한 사법신뢰 추락의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의미를 축소해 넘어가려는 모든 시도가 사법부에 치명적인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다음은 류영재 판사의 글 전문>

안녕하세요.

춘천지방법원 류영재 판사입니다.

사법행정남용에 대한 특별조사단의 3차조사결과발표를 금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을 수록 제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법부의 치부를 보게 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고, 정리 작업을 시작했으나 진도가 느리기만 합니다.

이번 조사결과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1, 2차 조사결과와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1, 2차 조사결과가 주로 사법부에 의한 법관 독립 침해 사안을 다루었다면,

3차 조사결과는 사법부에 의한 법관 독립 침해 뿐만 아니라 사법부가 스스로 삼권분립원칙 및 특히 청와대와의 관계에서의 사법독립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사법독립 포기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1, 2차 조사결과가 매우 참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님들께서 이것이 재판독립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해볼만한 지점이 있었다면,

3차 조사결과는 정면으로 재판독립(특히 외관의 공정성 부분)이 사법부에 의하여 흔들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사법행정남용 사안에 대하여 3번이나 조사했으니 이제 그만하자(뭘 그만하자는 것일까요? 덮고 넘어가자는 것일까요?)라거나,

3차 조사결과 자체도 2차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차원이 달라졌습니다)는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관하여 특별조사단의 조사에 한계를 느끼거나 그 평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1. 특별조사단의 조사는 형사조치를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임의조사로서 한계가 있습니다.

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등 전 법원행정처 처장에 대한 조사가 실행되지 못하였거나 미미합니다.

조사보고서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추후 언론들의 문의에 따른 특별조사단의 답변에 의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께서는 조사를 1회 거부하였고, 조사재요청시에는 해외체류 중이셔서 조사를 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조사보고서가 다루고 있는 두 가지 사안, 즉, (1) 사법행정권에 의한 판사 사찰 등 판사통제와 (2) 사법행정권의 재판개입 의혹 및 재판거래 정황 등의

총 책임자이십니다. 사법행정 총괄권자이자 대법원의 수장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사결과상 드러난 사안에 대한 보고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는 필수적으로 조사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의조사의 한계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께서 조사를 거부하셔서 조사를 하지 못하였고

임종헌 전 차장 등 실무자들로부터 '기억이 안 난다'라는 답변만을 들어 제대로 된 조사에 나아가지 못하였다면

그러한 취지를 조사보고서에 기재하여 조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조치를 취하였어야 했습니다.

그러지 아니하고 현 조사보고서처럼 마치 조사를 완전히 마쳤는데 그 조사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 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양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아니하였든 왜곡에 가까운 결과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조사보고서를 보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또는 차장에 불과한 임종헌 전 차장이 이 모든 사법행정남용을 자신의 무한한 재량으로 기획하고 지시하고 실행시킨 것처럼 보입니다.

임 전 차장께서 아무리 법원행정처에 오래 근무하셨다고는 하나 행정처 각 부서를 모두 동원할 정도의 이 거대한 작업을 오롯이 자신만의 재량으로 실시할 수 있었다는 의미인지 의문입니다.

특히, BH 대응 문건 등을 작성한 심의관 답변에 의하면, BH 관련 부분은 임 전 차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문건에 기재하였다는 점(즉, 그 문건의 최종 보고대상이 임종헌 전 차장은 아님을 의미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박병대 전 처장을 자신의 카운터파트너로 인식하였다는 언급이 나와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나. 가담자들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특별조사단은 가담자들의 진술이 상호모순되지 않는 한 모든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3차 조사결과보고 자체에서도 밝혀졌듯이 가담자들은 1차, 2차, 3차 조사과정에서 답변 내용을 변경시켜 왔습니다.

그 과정에는 명백한 거짓말도 있었습니다. 위증의 부담조차도 지지 않습니다.

특조단은 이런 가담자들의 진술 모순에 대하여 추가조사를 벌일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 재판과정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였습니다.

원세훈 재판의 경우, 법원행정처가 사건 파악 및 대외적 설명용으로 작성하였다는 보고서

(그러기엔 쟁점 뿐만 아니라 '원세훈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이 유죄로 확정될 경우 현 정부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혀 심각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곁들여져 있었지만)를

상고심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과 수석연구관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중요사건이라고는 하나 행정처가 어째서 재판을 별도로 상세히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지가 의문이고

(만일 공보 과정에서 필요하면 해당 재판부 판결선고 이후 그 판결 내용만 간략히 요약하면 될텐데요)

그 보고서의 상세함 수준이 재판 상황 및 판결 요약에서 벗어나 특히 공직선거법위반 유죄를 피하기 위한 목적 의식 하에 쟁점분석이 된 듯한 점에 더더욱 의문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행정처가 대외적 공보용으로 보고받은 보고서, 즉, 행정처가 최종 도착지가 되어야 할 보고서가 왜 다시 재판연구관실로 넘어가게 된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을 넘어 재판개입시도라는 의혹을 갖게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아가 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듯한 소위 원세훈 BH 대응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되었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조사단은 원세훈 상고심 사건으로 전원합의체로 넘어가게 된 경위, 위 행정처 보고서가 재판연구관 보고서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즉, 양자의 내용 비교),

전원합의체 판단 과정에서 위 행정처 보고서가 영향을 미친 재판연구관 보고서(만일 있다면)가 대법관들께 보고되었는지 여부, 대법관들 중 일부가 원세훈 BH 대응 전략을 사전에 인지하고 계셨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어떠한 조사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특조단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 재판에 영향력은 없었다고 단정하였습니다.

특조단의 이러한 조사상의 한계는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조사한계가 명백함에도 재판에 영향력이 없었다고 단정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백번 양보하여도, 상고심 재판 형성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행정처가 작성한 보고서가 흘러들어갔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재판의 외관상 공정성은 침해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라. 문건 조사 외에는 조사하지 못하였습니다.

흔히 수사의 A, B, C라고 하는 이메일 조사, 핸드폰 조사 등을 특조단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강제조사권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합니다만, 이런 조사도 하지 못한 특조단의 조사에 한계가 있음은 명백합니다.

2. 블랙리스트 및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개념에 관하여

특별조사단은 결론에 사법행정남용으로 인한 판사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는 없었다고 기재하였고,

특별조사단 단장이신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께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블랙리스트란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셨습니다.

이에 대하여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블랙리스트란 용어가 어떻게 처음 등장하였나는 제대로 숙지하고 계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서도 한 번 지적한 적이 있었지만,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첫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그 의혹의 핵심은 '판사뒷조사파일'의 유무였습니다.

그 판사뒷조사파일을 언론이 '블랙리스트'라고 지목하여 블랙리스트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1차조사보고서에 명확히 나타나 있습니다.

1차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보고서에 [소위 블랙리스트는 '판사뒷조사파일'이다]라고 명확히 적시한 후,

[컴퓨터 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보면 '판사뒷조사파일'이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는다]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위 블랙리스트, 즉 판사뒷조사 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1차 조사보고서의 결론과 달리 2차 추가조사 결과 판사뒷조사 파일이 무더기로 작성되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2차 추가조사로 인해 블랙리스트는 존재함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판사뒷조사 파일을 찾기 위한 추가조사요구가 거세지자, 실제로 추가조사가 이루어져 판사뒷조사 파일이 발견될 것을 염두에 두고, 블랙리스트의 개념을 재정의하였습니다.

즉, 블랙리스트는 판사뒷조사 파일 뿐만 아니라 그 뒷조사 한 판사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결과, 1차 조사에서는 판사뒷조사파일 유무가 가장 큰 쟁점이었고 2차 조사에서 판사뒷조사파일의 존재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보도하며 사법행정권 남용의 심각성을 축소하였습니다. '판사 사찰은 하였으나 블랙리스트는 없다'라는 식의 보도로 말입니다.

그러한 언론의 의도는 눈에 보일 정도로 명백했습니다. 기준을 높여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개념의 변천사를 누구보다 잘 아실 특별조사단, 그 단장이신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께서 왜 이러한 언론의 시도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셨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판사사찰문건이 다수 존재함이 확정되었는데, 왜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하십니까.

다음으로 인사상 불이익 조치의 유무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특별조사단은 누구보다 법원의 인사에 대하여 잘 아실 겁니다.

예전 박시환 대법관이 1~2년차 판사였던 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영월로 발령된 사안과 같은 극단적 전보인사조치가 지금은 쉽지 않다는 점은 이미 잘 아실테니

그러한 사례만을 인사상 불이익조치로 두지는 않으셨겠지요.

하여 고등부장 선발, 고법판사 선발, 해외연수 선발, 대법원 재판연구관/헌재연구관 선발 등 각종 선발성 보직인사에서의 불이익 조치가 없었는가 살펴보셨다고 하셨는데,

위와 같은 선발성 보직의 선발기준은 공통적으로 평정과 법원장 의견이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 평정과 법원장 의견은 객관적이고 정밀한 기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원장의 재량에 좌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연수나 각종 선발성 보직을 앞둔 판사들이 법원장님의 눈에 들기 위하여 각종 행사(등산, 합창 등)에 열심히 참여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재량이 많이 부여되는 평정과 법원장 의견을 기준으로 하는 선발성 보직에서, 어떤 불이익 조치를 찾고자 하신 겁니까.

평정과 법원장 의견이 너무나도 좋은데 의도적으로 인사실이 선발성 보직에서 제외하였다는 결과가 있는지만을 찾으신겁니까.

인사와 윤리감사를 모두 손에 쥐고 있고, 고등부장 선발권 및 법원장 보임권도 모두 갖고 있는 대법원장 산하 법원행정처에서(따라서 법원장님을 위시한 고등부장들과 사이도 돈독할 법원행정처에서)

몇몇 판사들을 명단화하여 이들을 사법부의 적 취급하여 사찰하고 관리하며 사법행정에 이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섬세하게 대응하였습니다.

그런 '문제판사들'에 대하여 법원장들에게 이들의 문제점을 전하고 함께 고민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데 있어 어떠한 별도의 문건 작성이 필요할 것 같으셨습니까.

문제판사들이 평정을 잘 받을 수 있는 소위 '요직'의 사무분담을 맡을 수 있습니까, 혹은 업무를 열심히 하면 평정을 잘 받을 수 있습니까, 선발성 보직에 대한 긍정적인 법원장 의견을 받을 수 있습니까,

아니 다 떠나서, 최종적인 선택을 하는 법원행정처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들을 보아 최종 선발에 올릴 수 있습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인데 말입니다.

국민들께도 여쭤보시지요.

회사의 비서실 및 인사실이 특정 직원들을 회사의 적 취급하며 명단 만들어 일일히 사찰하고 그들의 의견을 방해하고자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관리하던 상황에서

그 직원들 인사고과 자체를 잘 받을 수 있냐고요. 그 인사고과 잘 받아 승진이나 각종 기회에 선발되는 것이 가능하냐고요.

만일 그 직원들이 승진이 못되면 그것이 그 직원들의 업무능력 부족 탓인지 아니면 회사 비서실 및 인사실에 찍힌 탓인지요.

판사들께도 여쭤보시지요.

당신을 사법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명단 만들어 열심히 사찰하고 관리하고 대응하긴 할 건데, 그래도 평정 및 법원장 의견에는 전혀 영향없고, 그래서 선발성 보직에도 전혀 영향 없을 거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명단에 올라가 있어도 아무런 인사상 불이익은 없다고.

이런 설득에 동의할 판사들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즉, 모든 인사를 최종적으로 관리하며, 각급 법원의 평정권자에게도 영향력을 미치는 법원행정처에서 몇몇 판사들을 자의적으로 성향 분류하여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을 집중 사찰/통제/대응한 것 자체가 블랙리스트이자 곧 중대한 인사상 불이익입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법원의 인사에 대하여 잘 아실 특별조사단께서는 도대체 무엇을 인사상 불이익 조치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도대체 무슨 결과를 찾아내려고 하신 겁니까. 특조단이 생각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살피려면 그 해 함께 선발성 보직에 지원한 모든 인원에 대한 평정과 법원장 의견을 모두 살펴 유의할 패턴이 없는지 검토하고

최종 선발 과정에서도 '이왕이면 다홍치마' 격의 선발(또는 누군가에겐 배제)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하는데, 그 조사가 가능하였습니까. 불가능하였겠지요.

애초에 재량이 거의 다인 인사를 어떻게 검증하려고 하신 겁니까.

재량이 많은 분야에서는 재량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 특정 판사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하였다, 이 것 자체가 인사상 불이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량이 많은 재판에 있어서 실질적 판단과정의 정당성 유무를 판단할 수 없어 절차가 위법하면 결과도 위법한 것으로 보듯이 말입니다.

나아가, 판사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신고한 재산내역을 아무런 이유 없이 접근하여 검토하는 것이, 재산정보접근권한이 부여된 처, 차장에게라도 가능한 일입니까.

통상적으로 어떠한 권한이 주어진 자라 하더라도 그 권한 행사에 무한 재량이 인정될 리 없습니다.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제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칼럼에 실었다는 이유 만으로 그 판사에 대한 재산정보를 검토하여 혹시나 '털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그 재산정보를 유출하였습니다.

정보접근권한이 부여된 차장이면 그런 재산정보 아무때나 마음대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정보 굳이 윤리감사관이 관리할 필요 있습니까.

우리의 재산정보가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었습니까.

뇌물을 제공받았다는 등의 의심혐의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판사의 재산정보를 검토하고 제공받는 것, 그것은 인사상 불이익 조치가 아닌지요.

사실 털었는데 털린 것이 없어 해당 판사님에 대한 경고나 징계로 나아가지 못한 것 뿐이지, 경고나 징계를 예정하고 턴 것이니, 이것은 인사상 불이익 조치의 실행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닌지요.

위와 같은 의미에서, 특별조사단이 파악하는 블랙리스트 및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개념 파악에 대하여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감히 지적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범죄혐의 유무에 대하여.

저도 판사입니다. 따라서 특조단의 조사결과만 보고 특정인에 대한 특정 범죄가 유죄로 성립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사개시를 위한 범죄혐의 성립 여부는 재판을 거친 범죄의 유무죄 판단과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특조단은 특조단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고발할 경우 그 자체가 수사 및 재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신중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취지 매우 이해합니다. 특조단처럼 법원행정처 처장을 단장으로 하여 고등부장님들과 부장님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는 특조단의 판단은 가정적 판단이라 하더라도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특조단이 범죄혐의 성립에 관하여 보인 신중함이 어째서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아니함'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는 실종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이미 고발이 들어간 사건입니다. 또한 특조단과 다르게 특조단의 조사 내용만으로도 범죄혐의가 보인다는 판단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단이 '범죄혐의 성립하지 아니함'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그 또한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부담이 되고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왜 이부분에서는 위와 같은 신중함을 보이지 아니하신 겁니까.

특히 특조단의 조사는 스스로 인정한 만큼 한계가 뚜렷한 조사였습니다. 한계가 뚜렷한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조단은 어떻게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확신하실 수 있었습니까.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사법부 내에서도 이러한 일을 대비하여 만든 공식적 절차(각급법원 판사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있으니 그 절차를 통하여 판사들이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저도 그 의견에 매우 동의합니다. 저 역시 대표회의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이번 조사결과에 대한 문제제기와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시는 판사님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3,000명의 다양한 판사들 중에 이런 판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사결과는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결과였고, 순수하게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사법부가 판사들의 것이 아닌 주권자 국민들의 것인 만큼 이 사안을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참담한 민낯에 사법신뢰가 하염없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렇다고 민낯을 숨기는 임시방편이 사법신뢰를 위하여 도움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실만이 진정한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 위하여 편집된 낯만을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얻는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법행정남용 의심 문건 원본들은 국민들에게 전부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사법부의 잘잘못을 감시감독할 권한이 있기에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기도 하다고 판단합니다)

'괜히 사법부의 민낯만 드러내어 사법신뢰 하락만 초래하였다'고 사법부의 진실규명의지를 폄훼하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편집된 좋은 낯만 보고 좋은 게 좋다고 믿어도 되는 우민이 아닙니다. 사법부의 주인입니다.

판사님들 중엔 이 모든 잘못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치하 법원행정처의 극히 중대한 일탈인 것이고, 나머지 열심히 일하는 판사들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이 모든 잘못은 그들이 겁도 없이 자행한 헌정유린 행위로 인한 것 맞습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과의 관계에 있어 그러한 구분은 무의미해집니다.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하여 사법부가 이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분노하는지, 가담자들에게 철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였는지 국민들에게 보이지 못하면

결국 이번 헌정유린으로 인한 사법신뢰 추락의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수사만이 정답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사법행정남용사안들이 탄핵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위반, 헌정유린 행위라고 하여도 그것이 곧바로 형사상 범죄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번 사태의 의미를 우리는 정확히 판단하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합니다.

이번 사태의 의미를 축소하고 무마하여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모든 시도가 현재의 사법부에 치명적인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재판을 해야 할 우리입니다. 앞으로도 사법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모든 걸 맡기고 재판해야 할 우리입니다.

떳떳하게 재판하기 위하여, 국민들에게 사법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존중하여 달라고 요청드리기 위하여, 판사님들, 같이 분노하십시다.

이 사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아 사법부의 해결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도록 하십시다.

더이상 좌고우면, 많은 것들을 신경쓰고 고려할 때가 아닙니다. 이번 사태도 그냥 넘어가면, 국민들께 앞으로 사법부는 어떠한 짓도 할 수 있는 조직임을 자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과거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류영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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