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유소 노동자 등 일부만
최저임금 인상 효과 못 누려”
노동계 “실태 파악 않고 과소 추계
피해 노동자 262만명… 32% 달해”
산입범위 기준치 임의 설정
양측 주장 크게 엇갈려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한국노총은 대통령 최저임금법 개악안 거부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근로자위원들은 대통령에게 받은 위촉장을 청와대에 반납했다. 고영권 기자

28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감소하게 되는 노동자의 규모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통계 분석 결과 ‘사각지대’로 인한 피해는 미미하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실제 조합원의 월급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며 반박했다.

정부 “산입범위 개정 영향 미미”

29일 고용부가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발표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관련 주요 내용’ 자료의 골자는 저임금 노동자라 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이들은 절반 이하이며, 최저임금 10% 인상 시 인상 효과를 다 누리지 못하는 경우는 2.6%(21만6,000명)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최근 노동계에서 제기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상여금보다 복리후생 수당이 많아서 산입 기준치(7%)를 초과한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다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는 실제로 그렇게 많지가 않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기대 이익이 감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유소 노동자를 들었다. 매월 평균 기본급 157만원에 식비 13만5,000원을 받아 연 소득이 2,046만원인 주유소 노동자는 내년 10%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종전 기준 대로면 16만원의 소득이 늘어야 하지만 식비 일부가 최저임금으로 계산되면서 14만5,000원만 인상되는 데 그친다. 반면 평균 연 소득이 2,004만원으로 보통 기본급 157만원에 식비 10만원을 받는 음식점 노동자는 10% 인상 시 16만원 전부가 소득 증가분이 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노동계 “고용부 과소 추계”

하지만 노동계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연봉 2,500만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들은 산입범위 개정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했던 고용부가 21만여명은 타격을 입게 된다고 뒤늦게 말을 바꾸면서 노동계에 이런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고용부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과소 추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연소득 2,500만원 이하인 자체 조합원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용부 추정치의 12배를 초과하는 32%가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소득 2,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가 819만4,000명인 만큼 이 주장대로라면 피해 노동자가 262만7,000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당초 국회가 법안을 만들 때부터 실제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조사한 결과에 기반하지 않고 산입범위 기준치를 임의로 설정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국회는 현재 최저임금 월 157만원에 상여금 300% 정도를 받는 노동자를 임의로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 한 뒤 12개월로 나눠 25%를 상여금 산입 기준으로 정했다. 심지어 복리후생수당 산입 기준인 7% 는 임의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여야 타협으로 만든 수치라는 게 국회 환노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개정법이 해마다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의 산입 범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나 노무 담당자를 통한 조직적 대응이 어려운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나 사업주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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