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원장 성역 아냐” 여론에
법원 노조 등 고발 조치 잇달아
내달 판사회의 등 릴레이 예고도
법원ㆍ검찰은 서로 ‘수사 등떠밀기’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법관 사찰에 더해 청와대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당시 사법행정의 정점에 섰던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수사 또는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법원과 ‘특수관계’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전직 대법원장이라도 성역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29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 조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은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검찰 협조 요청에 합리적으로 응할 것”이라 밝힌 데 이어, 김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 시사 발언을 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법원이나 검찰이 직접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선 판사들 움직임도 바쁘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다음달 4일 단독판사회의를 열어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처리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서울가정법원 단독ㆍ배석 판사들도 같은 날 연석회의를 연다. 11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린다.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전국 법원공무원 3,400여명의 서명을 받아, 30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고발한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29일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1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발은 모두 9건이다.

그러나 법원 안팎이 들끓고 있음에도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 수사 대상으로 할지를 두고서는 법원과 검찰이 상대방에 공을 떠미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원과 여론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다음달 초부터 시작되는 일선 판사 대책회의와 전국법관회의의 상황을 지켜 본 뒤, 지방선거 이후 이 문제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명의 전직 대통령(전두환ㆍ노태우ㆍ박근혜ㆍ이명박)을 법정에 세웠고 전직 국무총리나 국회의장 등 다른 3부 요인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이 유독 법원 앞에서만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 사찰은 물론 비공개 문건은 제목만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 보고ㆍ지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직권남용과 관련한 직접 수사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수사에 협조 하겠지만 수사의뢰나 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에 칼자루를 떠넘기고 있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자정을 할 일이지 검찰 등 외부 기관이 개입할 정도는 아니다”란 의견도 상당하다. 한 일선법원 판사는 “블랙리스트 조사가 오래 이어지면서 지친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걸로 처벌까지 가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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