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묻는다. 왜 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지, 왜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지... 최근 행정안전부가 펴낸 재난대응 사례집 ‘재난 씨, 우리 헤어져’는 바로 이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지진, 호우, 전염병, 화재, 해양 오염, 산불 등 재난 유형별로 모두 17개의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서술한 이 책은 뼈아픈 실패에 대한 반성문이자 교훈을 찾기 위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교훈은 세 가지 원칙으로 집약된다. 모든 재난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 원칙은 사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첫째 원칙은 대피다. 위험에 닥쳤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즉 대피하는 것이다. 2016년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시민들은 안전한 대피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피소는 찾을 수 없었다. 전쟁과 풍수해에 대비한 대피소와 임시 주거시설이 마련되어 있지만 지진 대피소가 어디냐는 질문에 시청 공무원들조차 답변할 수 없었다. 지진은 어떤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건물 밖 즉 공터로 대피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한 상식조차 우리 몸에 배어 있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던 A 고등학교, 갑자기 진동이 느껴졌고 학생들은 혼란과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날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지시한 것은 대피가 아니라 그냥 앉아서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둘째, 정보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전파하는 것이 피해의 확산을 막는 방법이다. 경주 지진 때 긴급 재난문자가 도착한 것은 지진 발생 후 약 8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한참을 지나 도착한 지진 정보를 보면서 정부의 느린 대처를 질타했다. 답답해진 국민들은 지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했지만 3시간 동안 접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순간 접속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접속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암흑 상태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이를테면 화재가 났을 때, “불이야”를 외쳐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행동요령조차 막상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까맣게 잊곤 한다.

마지막 세 번째 원칙은 투자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각종 시설물은 튼튼하고 안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발라 놓은 건축자재다. 값싼데다 시공이 쉽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기에 화재에 대단히 취약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경제개발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속도와 효율만 강조한 나머지 안전과 사람의 가치, 생명의 존엄성을 잊어버렸다. 드라이비트는 그 결정적 사례에 해당한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내진설계 의무화 시설물의 범위를 확대하고 각종 사회간접자본(SOC)과 학교 건물에 대한 내진 보강에 들어갔지만 민간 건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태다. 지진뿐만 아니다. 화재의 경우 대피 수단인 비상구와 비상계단 설치, 상황 전파 비상벨, 그리고 초기 진화에 효과적인 소화기와 스프링클러 등 안전장치와 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비용이 따른다. 문제는 이런 안전투자에 우리 사회가 무척 인색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재난안전 분야에서 한 단계 올라서려면 결국 안전에 대한 투자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재난 씨, 우리 헤어져’는 일반 시민은 물론 중ㆍ고생이 한 번 읽어두면 평생 도움이 될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정보를 파악해 전파하며 평소 안전에 투자하는 것, 그것이 ‘재난 씨’와 헤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상식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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