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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선 대법 “사법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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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선 대법 “사법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협조”

입력
2018.05.29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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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결과가 발표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결과가 발표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사단, 셀프조사 한계 인정

“양승태ㆍ임종헌, 조사에 비협조

상고법원 입법 BH 설득 문건

양 前대법원장엔 보고 안돼”

檢 수사 착수되면 가려질 듯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조사한 대법원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자체 해결하겠다며 조사를 벌인 뒤 형사 조치할 관련자는 없다고 결론 지은 대법원이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8일 “검찰의 협조 요청이 오면 합리적인 범위에서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사법 수뇌부 고발 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가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사법행정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를 못 밝힌, 강제력 없는 내부 조사의 한계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 조사 실무를 이끈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고등부장)은 양 전 원장과 임 전 차장의 비(非)협조를 들었다. 김 감사관은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관련 질문만 나오면 대부분 ‘기억이 안 난다’고 해 더는 (윗선 관여 등을) 추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조사도 비서실장 출신 인사를 통해 두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곤란하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직해서 그를 소환할 권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 박근혜 정부가 주시한 주요 재판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와의 협상 수단으로 적시한 행정처 보고를 토대로 이를 청와대에 피력했는지도 살폈지만 정황 발견은 못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상고법원 법관 임명에 관한 대통령 권한을 다룬 문건을 지참했다고 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상고법원 인사에 관여 못한다는 데 불만이 있었고, 양 전 대법원장은 그에 관한 간략한 문건을 들고 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문건(‘VIP 보고서’)은 상고법원의 시급성과 대통령 임명 권한에 관한 접근 등이 담긴 설명 성격이라 조사단은 별 문제 없던 것으로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국민께 죄송

합당한 조치ㆍ대책 마련할 것”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 면담 직전 작성된 부적절한 내부 문건 내용을 보고 받고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얘기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법부가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1. 과거사 정립 2. 자유민주주의 수호 3. 국가경제발전 최우선 고려’ 등이 실려 파장을 부른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2015년 7월 작성) 등이 임 전 차장에게 보고된 것만 파악됐다. 조사단은 “당시 상고법원에 심하게 반대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배석해 양 전 대법원장이 설명에 제약을 받아 그런 언급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정만 했다. 그러면서도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관련자 형사고발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철저한 사실관계 조사가 직접적 목적이다 보니 범죄구성과 관련한 부분은 신경을 못 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재판하는 사법부의 고발은 신중해야 하지만 뚜렷한 범죄혐의가 드러난 사안에는 고발조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조사단 결과에 이견이 있음 알고 있으며 의견을 모아 합당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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