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전문가들 “언론 신뢰회복 노력” 주문도

우리 국민들은 뉴스를 어떤 경로로 접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는 사람이 77%였다. 조사 대상 36개국 중 1위였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은 4%로 꼴찌였다.

뉴스는 언론사가 만들지만 유통은 포털이 독점하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한국에는 네이버 신문과 다음 일보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포털 업체의 생존 이유가 이익 추구인 만큼 뉴스 유통 과정에서 공공성,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김모(필명)씨 사건이 그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언론이 포털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온라인신문협회가 주최한 '언론과 포털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사회),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팀장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28일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과 포털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 기업이 자의적으로 뉴스를 편집하고 유통시킴으로써 사회적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을 왜곡할 수 있는 현행 시스템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포털 중심의 뉴스 시장으로는 저질 뉴스의 범람, 중복기사와 어뷰징(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기사 일부만 수정해 새 기사처럼 올리는 행위)의 남발, 의견의 왜곡과 독점, 정치적 편향성 확산과 같은 반민주적인 여론 형성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뉴스 도매상인 포털에 유리한 지금의 수익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언론과 포털 간의 갈등 역시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신사를 비롯해 주요 신문사, 방송사들이 포털을 완전히 탈퇴해 독자적으로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사 편집과 배열, 콘텐츠 전재료와 광고 수익 배분은 언론 유관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객관적인 지침을 마련하면 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기존 포털 업체들이 뉴스로 벌어들이던 수익을 언론사로 돌리고, 언론사들에게는 진정한 저널리즘을 구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장논리에 반하는 생각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저널리즘 신뢰 회복을 위해 매우 진지하게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사와 포털 업체에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포털은 뉴스를 팔아 수익을 올리지 않는 사업 모델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고, 언론사들도 트래픽 유입(독자 확보)을 위해 대안적인 서비스를 만들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 기간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언론사가 도태돼 건전한 언론시장을 회복할 수 있고, 포털 업체도 기술회사로서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병옥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2015년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인터넷) 기업이 광고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디언, CNN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 등 매체가 ‘판게아 연맹’을 발족시켰다”면서 “우리나라 언론들도 ‘코리아 판게아 연맹’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언론사들의 자정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가 플랫폼으로부터 독립을 외쳐본들 이용자에게는 공허한 외침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책무와 충성심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통스럽겠지만 상업적 이익은 일정부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ㆍ사진=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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