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빌보드 앨범차트 1위 새역사]

흙수저 아이돌 방탄소년단
마이너 기획사 설움 떨치고
캐릭터가 아닌 음악으로 승부
싸이도 못했던 2연타 흥행
충성도 높은 팬클럽 ‘아미’
적극적 음악 소비에 나서
이미 뿌리 내린 한류도 한 몫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2년 연속으로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미디어의 혜택은 되려 너네가 받았지 깔깔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수록곡 ‘에어플레인 파트2’에서 “여권은 과로사 직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 때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은 변변히 내세울 가수도 없는 작은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에서 데뷔했다. 빅히트의 수장인 방시혁 프로듀서는 앞서 걸그룹 글램을 선보였으나 쓴맛을 봤다. 빅히트가 내놓은 후속 아이돌그룹에 대한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엔 그 흔한 ‘해외파’도 없다. 멤버 7명 중 5명이 경남 거창 등 지방 출신이다. 방탄소년단은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다. 데뷔하기까지도 역경의 연속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슈가와 RM 등은 연습생 시절 2,000원짜리 짜장면으로 겨우 배를 채우면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갔다. 빅히트는 국내 3대 기획사인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와 달리 미국 법인이 없다. 활동 초기 미국 진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지도 못했다. 미국 음악팬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직접 수입해 즐겼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정상 차지는 56㎡(17평)의 연습실에서 3년 동안 ’피 땀 눈물’을 흘린 그룹이 쓴 대반전의 서사였다.

캐릭터 아닌 음악으로… ‘아미’가 뚫은 미국 장벽

방탄소년단의 위력은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서 나온다. 군대 같은 결속력을 자랑하는 팬덤 ‘아미(ARMY)’다. 이들의 힘은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안착 과정에서도 강하게 발휘됐다. 팬들은 미국 50개 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낸 뒤 방탄소년단 노래 선곡을 신청하는 자체 프로젝트 ‘@BTSx50States’를 실행했다. 싸이가 미국 현지 라디오 방송 횟수 점수에 발목이 잡혀 ‘빌보드 핫 100’ 2위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고 기획된 프로젝트였다. 팬들이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어 프로젝트 실행에 나섰고, 결국 빌보드 1위라는 열매를 맺었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약 1,500만명(28일 기준)이다. 1억명을 훌쩍 넘는 미국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7분의 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아미’는 적극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소비하고, 음반 매장에 가 CD를 사 모으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거대한 팬층을 앞세운 비버를 제치고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에게 수상하는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받고, 미국 음반 차트까지 점령한 비결이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에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에서의 ‘2연타 흥행’이다.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은 지난해 9월 나온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보다 음악적 분위기가 어두워 폭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오히려 더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신드롬’ 이후 미국 음악 시장의 높은 벽에 막혀 후속 히트작을 내지 못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싸이와 다른 미국 시장에서의 소비 방식도 눈여겨 봐야 한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싸이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춤이 담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입소문이 나서 음악 보다 ‘B급 캐릭터’로 소비된 측면이 강하다”며 “싸이와 달리 방탄소년단은 캐릭터가 아닌 음악으로 빛을 봤고 그 콘텐츠로 꾸준히 호기심을 이끌어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봤다.

그래픽= 송정근 기자

◆ K팝 빌보드 차트 주요 순위

“백인ㆍ라틴계 K팝 소비 증가”

미국에 뿌리내린 K팝 한류는 방탄소년단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 국내에서 외면받을 때 해외 K팝팬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즐겼다. 2000년대 후반 원더걸스와 빅뱅 등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K팝 팬덤을 키운 덕을 봤다.

미국 내 백인과 라틴계의 K팝 소비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백인과 라틴계의 K팝 소비 비율은 2016년 49.8%로, 2년 전인 2014년 42%보다 7.8%포인트 증가했다. 2016년 10월31일부터 11월31일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K팝 소비자 2,605명을 대상으로 K팝 소비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응답자의 38.3%는 5년 이상 K팝을 지속해서 소비했다고 답했다. K팝에 대한 미국 음악팬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SNS에서의 화제성을 보여주는 빌보드 ‘소셜50’ 차트 톱10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엑소, 갓세븐, 워너원, 몬스타엑스 등 다섯 팀이 K팝 아이돌그룹이었다. 김철민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비즈니스센터장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사회 참여 및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점도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주목 받게 된 사회적 요인”이라며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미국 내 K팝의 입지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빌보드의 K팝 유명 칼럼니스트인 제프 벤자민은 “한 땐 비주류였지만 방탄소년단 외에 더 많은 K팝 아이돌그룹의 미국 활동이 이어진다면 K팝은 라틴 음악처럼 미국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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