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홀 문제. tvN 화면 캡처.

당신이 한 게임 쇼에 출연했다고 가정하자. A, B, C 문 3개가 있다. 3개 중 하나에만 상품이 있고 나머지에는 없다. B를 골랐더니, 진행자가 A문을 열어 보이며 ‘꽝’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이어 “B대신 C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C로 바꾼다”이다. A가 ‘꽝’이 됐으니까, 대부분 직관적으로 B와 C를 각각 ‘1/2 확률’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C로 갈아타는 게 원래 선택을 고수할 경우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

정답을 맞추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수학 공부 좀 했다고 자부하는 사람 대부분이 틀리는, 미국 캐나다에서는 꽤 유명한 ‘몬티 홀’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몬티 홀은 1970년대 ‘렛츠 메이크 딜’이라는 프로그램 진행자였다. 그는 1975년 이 문제를 소개했다. 직관ㆍ상식과 상반된 결론 때문에 당시부터 유명해진 덕분에 인터넷에 ‘몬티 홀’을 검색하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이 문제의 응답자 분포는 더 흥미롭다. ‘B와 C 확률이 같다’고 계산했는데도, 원래 선택을 유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괜히 바꿨다가 B에 상품이 있었으면 억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성적으로 스스로 내린 원래 결정이 옳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지 1년이 넘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인기는 역대 최고다. 높은 실업률과 청년 취업난 등 기대했던 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몬티 홀’ 문제의 설명 방식을 끌어들인다면, ‘1년 전 문 대통령을 뽑은 선택이 옳았다’고 믿으려는 ‘감성적’ 국민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국민들이 감성적이라고 해서, 대통령도 그럴 수는 없다. 지난 1년 동안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적폐인사’로 찍힌 사람들을 감옥에 보낸 것 말고는 당초 목표를 이룬 게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출렁이는 외교ㆍ안보 정세야 그렇다고 치자. 교육ㆍ경제 등 내치에서 국민의 기대치는 이미 많이 내려갔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제대로 들어맞고 있는지 의심할 지경이다. ‘과거 정권 9년의 후과’라는 변명은 통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약속한 ‘일자리 상황판’은 어디 갔느냐는 푸념은 이제 지쳐서 들리지도 않는다.

이성적 해법을 내놓으려면 대통령은 주위를 돌아보는 게 먼저다. 지금 한국 경제는 80년대 말의 일본과 비교되고 있다.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한국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기술격차를 줄이려는 중국의 도전도 예사롭지 않다. 반도체 같은 몇몇 분야만 빼면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이 우리를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가 다양하게 중국 4차 산업에 견제구를 던지는 건 미국마저 이 분야에서 중국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기술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건 우리다. 일본과 달리 내수 시장마저 취약한 우리는 주력 수출시장을 내주게 되면 성장 동력이 아예 꺼지게 된다. 어느 전문가는 “한마디로 지옥경제의 문턱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이들이 경제를 걱정하지만, 문 대통령은 귀중한 정치적 자산과 역량을 남북관계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고 있다. 남북한이 함께 잘 지내면 좋겠지만, 경제가 망가진 뒤 남북한이 함께 가난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시중에는 문 대통령의 참모들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 대신 탄핵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다수 세력이 지분에 따라 나눠먹기 식으로 내세운 인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교육ㆍ경제 내치는 물론이고 ‘김정일이 권력을 아들에게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분이 포함된 외교ㆍ안보라인까지 되도록 빨리 실력 위주 인물로 정비해야 한다. 국민들이 ‘몬티 홀’ 문제의 정답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와서는 안 된다.

조철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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