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물건 건(件)’이 들어가는 단어들은 대부분 ‘건(件)’을 된소리인 ‘껀’으로 발음한다. ‘사건(事件)’, ‘조건(條件)’, ‘안건(案件)’, ‘문건(文件)’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물건(物件)’의 경우는 ‘건’을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고 ‘물건’으로 발음하는데, 이처럼 같은 한자인데도 서로 발음이 다른 것은 한자어의 된소리 발음에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어에 따라 수의적(隨意的)으로 된소리 발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물건’도 사람들이 수의적으로 된소리 발음을 하고 있는데,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경매 물건이 나왔다’고 할 때 ‘물건’을 ‘물껀’으로 발음하는 경우이다. 사전에는 ‘물건’이 ‘일정한 형체를 갖춘 물질적인 대상’과 함께 ‘토지나 건물 등의 부동산’을 아우르는 말로 등재되어 있고 모두 ‘물건’으로 발음하게 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부동산을 지칭하는 물건을 따로 ‘물껀’으로 발음하고 있다.

그럼 왜 부동산을 ‘물껀’으로 발음하는 것일까? 사전에는 물건이 ‘동산(動産)’과 ‘부동산(不動産)’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등재되어 있지만 실제 발음에서는 ‘물건’으로 발음하는 동산과 구별하기 위해 부동산을 ‘물껀’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는 부동산업 종사자들이 일종의 은어(隱語)처럼 부동산을 ‘물껀’으로 발음하던 것이 대중들에게 전파되어 ‘물껀’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사전에는 ‘물건’과 ‘물껀’의 발음이 따로 나뉘어 등재되어 있지 않고 모두 ‘물건’으로 발음해야 한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동산을 ‘물껀’으로 발음하게 된다면 마치 ‘효과’를 ‘효꽈’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한 것처럼 ‘물껀’의 발음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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