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공개 상황. 김문중 기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 핵개발의 이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총본산이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11년간 총 6차례의 북한의 핵실험이 모두 이곳에서 진행됐다. 24일 핵실험장 폐쇄를 놓고 일부 전문가들이 “핵실험장 폭파는 살인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라고 격하게 반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길주군 중심가에서 약 42㎞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의 산등성이 계곡에 위치해 있다. 만탑산은 주로 견고한 화강암 지질이어서 핵실험의 강력한 충격을 견뎌왔다. 게다가 주변은 고도 1,000m가 넘는 봉우리로 둘러싸여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은폐하기 유리하다. 풍계리가 핵실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평가 받는 이유다.

핵실험장에는 4개의 갱도가 조성돼 있다. 만탑산 동쪽의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의 충격으로 붕괴돼 방사능 오염으로 폐쇄된 상태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2~6차 핵실험은 서쪽의 2번 갱도와 여기에서 북쪽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파생갱도 안에서 진행됐다. 남쪽의 3번 갱도는 2012년 조성한 이후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될 때마다 주목 받았지만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일종의 예비갱도다. 지난해 5월 기존 2번 갱도 남쪽에 새로 만든 4번 갱도의 굴착장면이 포착되면서 2번 갱도는 북쪽 갱도, 새로운 4번 갱도는 서쪽 갱도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2번과 4번 갱도는 불과 150m 떨어진 인접 갱도다.

갱도 구조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직선에 가까운 모양이던 1번 갱도와는 달리, 2번 갱도부터는 나선형 달팽이관 모양의 다층 구조로 건설됐다. 갱도에는 대략 1㎞ 마다 10개 정도의 격벽이 설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격벽을 1m 두께의 강철과 콘크리트 재질로 추정한다. 거의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셈이다.

그로 인해 한미 정보당국은 핵실험의 확실한 증거인 제논과 크립톤 등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는 데 대부분 실패했다. 1차 핵실험 때는 미군의 콘스턴트 피닉스(WC-135W) 정찰기가 풍계리 상공에서 핵실험의 증거를 잡아냈지만, 이후 6차 핵실험까지 동해상에 아무리 정찰기를 띄우고 탐지기를 돌려도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운영에 필요한 물자는 주로 길주군의 재덕(기차)역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핵실험장 인력들은 주로 재덕역에서 23㎞ 떨어진 길주역에서 내려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기차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가려면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지나 다시 걸어서 험준한 산길을 2시간 가량 올라가야 한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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