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긴장 조성 시 미국국채 가격상승
美, 분쟁촉발 정책으로 이익극대화 노려
북핵 압박, 美의 패권전략 차원일 수도

대통령의 정책은 반드시 국가이익만을 대변할까. 혹 그를 둘러싼 정치집단의 이익이 우선시 되지 않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그런 의심이 고개를 든다. 이란 핵 협정 탈퇴, 시리아 공습,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등 일련의 정책이 과연 미국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국지적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성 높은 정책에 몰입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정책도 미국의 국가이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분쟁 의도는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단순하게 보면 북한이 핵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처하자는 것이겠다. 하지만 이참에 리비아 유형처럼 북한 정권을 아예 전복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 지구촌 평화를 위한 것인지 속뜻을 알 길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김형태의 분석이 흥미롭다. 그는 저서 ‘부채 트릴레마’에서 미국의 경제정책과 북한 문제의 상관관계를 놓고 가정과 추론을 이어 간다. 하지만 국제정치적 패권 역학 구도에 대한 그의 분석은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최대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미국이 공항, 고속도로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건설 수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반도 안보에는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북한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기축통화국이고 국제정치적으로는 패권국이다. 따라서 언제라도 세계 무대에 긴장감을 조성할 능력이 있다.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높아지면 누구든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찾는 성향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미국이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을 때도 미국 국채가격은 오히려 올라갔다. 국지적 긴장감만 증가해도 미국 국채 수요는 확대되고 가치는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인프라 투자를 위해 미국이 국채를 남발해도 가치가 떨어지는 부작용 없이 재정정책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국지적 긴장이 유발될수록 미국의 재정이 무리 없이 유지되는 기형적 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직접 분쟁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결국 약한 고리인 이란 핵 협정에 시비를 걸거나, 북한 핵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에 가깝고, 핵무기를 미국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ICBM 개발에 성공했다는 근거를 들이대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다.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에 남은 것은 북한 핵뿐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몰입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테러를 지원한다는 것이었으나 대량살상무기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지목했다. 석유재벌을 배경으로 하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략을 감행한 것은 석유자원 확보 등 경제적 실리와 군사무대에서 주도권 장악이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용어인 ‘군산복합체’ 이론과도 맥이 닿는다.

시작과 파국 모두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협상의 디테일을 극복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애초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이었을지 모른다. 앞서 제시한 분석 틀로 본다면 미국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긴장일 수 있다. 게다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로 볼 때 군사적 옵션 위험성은 여전하다. 평화가 도둑처럼 올 것이라는 희망은 당분간 접어야 할 것 같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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