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섭기자의 교과서 밖 과학]‘유전자 드라이브’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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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퇴치에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ㆍ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말라리아 정상회의)

“잠재적인 환경문제에 대해 반드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설)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 혁신기술은 ‘유전자 드라이브’다. 특정 유전자를 끼워 넣어 해당 집단의 유전형질을 바꾼다는 개념이다. 삽입한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집단에 퍼지게 돼 결국 그 집단의 고유 형질이 된다. 말라리아를 예로 들면, 말라리아 내성 유전자를 삽입해 후세대 모기가 더 이상 말라리아 병원균을 옮기지 않게 하거나 불임 유전자를 집어넣어 모기의 개체 수를 급격히 줄일 수 있다. 빌 게이츠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유전자 드라이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우 작고, 흔하지만 모기는 사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동물이다. 매년 72만5,000명이 모기가 매개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상어(10명)나 악어(1,000명), 뱀(5만명)에 의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 드라이브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DNA) 일부를 잘라내고 원하는 유전자를 끼워 넣는 기술이다.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없애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많은 슈퍼돼지, 병충해에 강한 쌀, 무르지 않는 토마토, 뿔이 없는 소 등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이미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정상 유전자로 바로 잡을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그 해 가장 뛰어난 과학성과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꼽았을 정도다.

그러나 유전자 드라이브에 저항하는 돌연변이의 출현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은 “동식물은 유입된 외부 유전자를 제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유전자가위 기술로 삽입한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 전달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ㆍ이탈리아 연구진은 유전자가위 기술로 난자 생성에 관여하는 모기의 유전자를 억제한 결과, 해당 유전형질이 4세대 만에 모기 집단 전체로 확산됐으나 암컷 모기의 생식능력은 줄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4세대 이후 돌연변이가 나오면서 25세대가 지난 뒤에는 암컷 모기가 생식능력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 유전학’(PLOS Genetics)에 발표됐다. 같은 해 7월에도 비슷한 논문이 이 학술지에 실렸다. 미국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파리에 유전자 드라이브를 적용했더니 삽입한 유전자와 다른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비율이 종에 따라 4~56%나 됐다.

생물 종(種)의 유전형질을 바꾸는 건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불임유전자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끼워 넣어 모기를 박멸시키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수중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모기가 없어지면 장구벌레를 먹고 사는 물고기, 곤충, 도마뱀 등 상위 포식자들은 다른 먹이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들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김 단장은 “현재 실험실 수준에서 연구되고 있는 유전자 드라이브를 실제로 적용했을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도 “유전자 드라이브는 기발한 아이디어지만 아직 상용화까지 가기엔 검증 단계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18-05-25(한국일보)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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