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걸그룹의 조상들'

걸그룹의 조상들
최규성 지음
안나푸르나 발행 ㆍ472쪽 ㆍ3만원
'걸그룹의 조상들' 표지.

퀴즈 하나. 최초의 걸그룹은 누굴까. SES? 아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도 걸그룹이 있었다. 저고리시스터즈다.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과 ‘연락선은 떠난다’를 부른 장세정 등 멤버도 화려했다. 악극단이 아닌 팀 이름을 갖고 5~6명의 여성이 무대에 선 첫 사례다. 이견의 여지는 있다. 저고리시스터즈가 낸 앨범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1953년 결성된 김시스터즈를 한국 최초 걸그룹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성 그룹의 ‘역사서’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2014)으로 한국 가요사를 조명한 저자가 오랫동안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활동한 여성그룹 300여 팀을 찾아냈다.

걸그룹 즉 아이돌은 그 시대 욕망의 거울이다. 1960년대는 걸그룹 전성시대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의 재건, 방송사 KBS, TBC의 개국, 미8군 무대의 활성화 등이 맞물려 걸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옛 여성그룹을 통해 시대상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뿌리를 알아야 현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한국 최초의 9인조 걸그룹은 소녀시대가 아닌, 1962년 데뷔한 블루 리본이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여성 밴드가 56년 전에 등장했다니. 가요사의 기둥이었으나 홀대 받은 여성 그리고 그룹을 조명한, 보기 드문 책이라는 데 가치가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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