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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못난 그들과 6ㆍ13 선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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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못난 그들과 6ㆍ13 선거의 역설

입력
2018.05.24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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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1년 실책'은 야당 놀이터인데

되레 '국회해산'등 여당 공세에 시달려

야권 전면 개편 요구하는 결과 나와야

6ㆍ1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시선관위에서 후보자들이 들뜬 마음으로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6ㆍ1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시선관위에서 후보자들이 들뜬 마음으로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작년 이맘때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 있던 한 사람이 근심어린 얼굴로 속마음을 토로했다. 새 정부 출범은 감격스럽지만 지방선거가 치러질 1년 후 정치상황이 크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요지는 촛불혁명에 기여한 노동ㆍ시민ㆍ환경 단체 등이 저마다 자기 몫을 주장할 것이고 정부는 이들 요구를 피해 갈 수 없을 텐데, 과연 역풍이나 역설이 없도록 완급과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권력기관 개혁, 비정규직 해소, 탈원전, 방송 정상화, 경제철학 및 성장전략 등 많은 의제를 거론하면서 최저임금 문제에 특히 주목했다. 당장 '집권 3년내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도마에 오르는데, 당사자들이 여름철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처럼 모순된 관계여서 까딱하면 정권이 궁지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 보면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전례없는 16.4% 인상으로 환호와 아우성이 교차했으나 사회 전체가 '뉴 노멀'을 받아들이고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정부가 자부하니 말이다. 야당 등 보수세력은 추락하는 고용지표를 앞세워 정부를 공격하지만 반향은 미미하다. 치밀한 분석과 대안 제시에 앞서 정치공세만 넘치기 때문이다. 야당이 못난 탓이다.

얼마 전 전재수 손혜원 의원 등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를 해산해 일하지 않는 의원들을 다 내보내고 촛불 들어 다시 뽑자"고 주장했다. '드루킹 특검'과 방송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툭하면 국회를 보이콧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 했다. 민주당에서 국회해산 목소리가 나온 것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이 불확실하던 때와 지난해 6월 문 정부 조각 파동 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만 세번째다. 논리는 한결 같다. 20대 총선으로 구성된 국회 의석과 19대 대선에서 확인된 민심의 소재가 달라 매번 싸우기만 하니 국민 심판을 다시 받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가 이념적으로는 쇠락하고 통치권력을 잃었으나 의회권력은 과거 구도 그대로인 게 문제"라며 "6ㆍ13 지방선거가 중요한 것은 이런 불균형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로 입법권력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보수야당의 구태를 심판할 수 있다면 국회 활성화를 포함해 문 정부의 개혁 국정동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당내의 국회 해산 주장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회를 촛불의 사각지대에 둘 수 없다는 충정이라 해도, 과한 주장이다. 헌법 파괴적 발상이라는 야당의 비판은 제쳐놓더라도 민주당 지도부의 경직된 태도와 정치력 부재를 보면, X 묻은 개 뭐 나무라는 식이다. 더 딱한 것은 한국당 등이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텃밭인 대구ㆍ경북에서마저 우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니 얼이 빠진 모양이다. 70년 전통의 보수야당이 10%대의 지지율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데도 그 흔한 깃발 하나 들지 못하고 제 살길에 급급한 4~6선급 중진들이 못난 탓이다. 김무성 정진석 심재철 정우택 나경원 주호영 이주영 등등 한때 화려했던 이름들은 오간 데 없다.

어제 6ㆍ13 지방선거의 총성이 울렸다. 오늘까지 후보 등록이 끝나면 31일부터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824명의 광역의원, 226명의 시ㆍ군ㆍ구 기초단체장, 2,927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큰 선거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게임이라는 대형 이슈에 밀리고,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드루킹 댓글 의혹' 공방에 묻혀 흥행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나는 분명했으면 좋겠다. 존재감 없고 못난 야당을 엄하게 심판하는 것이다. 좋은 시절의 추억에 젖어 응석과 투정부리는 그들의 머리를 벼락처럼 때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보수도 살고 문재인 정부도 산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돌연 한반도 평화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처럼 6ㆍ13 선거가 우리 정치에 역설의 마법을 부렸으면 좋겠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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