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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모델보다 심해” 코스프레 업계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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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모델보다 심해” 코스프레 업계도 ‘미투’

입력
2018.05.2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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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되려면 속옷쯤이야…”

영화 인물 분장 코스프레 모델들

노출 심한 복장ㆍ자세 강요당해

촬영자들 “모델도 동의했다” 주장

업계 “터질 것 터졌다, 자성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프로가 되려면 속옷 입지 않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지.”

컴퓨터게임이나 만화 또는 영화 등장인물로 분장하는 ‘코스프레’ 모델이던 김모(20ㆍ활동명 낑깡)씨는 몇 달 전 수치스러운 일을 겪었다. 전문 모델로 활동시켜 주겠다는 사진가 A씨 제안으로 서울 성동구 한 간이스튜디오에서의 촬영에 응했다가 노출이 과도한 옷을 억지로 입게 된 것. 처음에 김씨는 속옷이 전부 드러나는 복장은 입을 수 없다고 항의했으나, A씨는 “이 정도도 못 하면서 어떻게 프로가 되겠다는 것이냐”라며 오히려 벗으라고 큰 소리로 다그쳤다. 당시 대형 온라인 코스프레카페 운영자인 A씨의 말을 거부하기 힘들었던 김씨는 결국 그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피팅모델 성추행 및 협박’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코스프레업계의 성추행 실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암암리에 코스프레 사진가들이 촬영을 빌미로 모델에게 성추행을 해왔다는 것이다.

코스프레업계 성추행은 촬영 때 동의 없이 노출 수위가 높은 복장이나 자세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피팅모델 사건과 흡사하다. 낑깡 김씨는 “사진가 A씨가 치마 속이 다 보이는 자세를 계속 요구했다”며 “손으로 가리려 하면 치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성년자에게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다. 코스프레 모델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성년 때 유명 코스프레 사진가가 전문 모델로 키워주겠다면서 노출 심한 의상을 입히고 사진을 찍게 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진가가 계속 강요해 공포스러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진가들은 ‘모델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코스프레업계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뒤 사진가 A씨는 향후 모델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촬영 당시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해명해 네티즌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결국 그는 온라인 카페 운영자 자리까지 그만뒀다. 한 코스프레 사진가는 “노출 사진을 찍는 것은 이성을 좋아하듯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가 모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피팅모델 사건이 불거진 뒤 코스프레 모델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코스프레 모델 이모(17)씨는 “평소에도 사진가들이 촬영을 핑계 삼아 필요 이상으로 몸을 만지는 경우가 많아 불쾌했다”며 “코스프레업계뿐만 아니라 사진업계 전체가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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