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인터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헬스케어산업도 새로운 혁명의 한 축이라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더 나은 삶과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내 헬스케어산업의 미래경쟁력과 그 의미에 대해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에게 들어봤다.

-헬스케어산업이 어느 정도 발전할 것인가.

“헬스케어산업은 6조달러 규모나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가속화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은 반도체산업의 20배, 조선업의 60배가 넘고, 파급효과도 가장 크다. 하지만 우리 헬스케어산업의 세계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우리 핵심 역량인 IT 기술력과 의료서비스, 제조기술 등이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첨단기술과 융합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산업은 국가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8.8명이지만, 헬스케어산업은 14.7명으로 67%나 높다. 또한 전문적이고 공공적이며, 청년ㆍ여성ㆍ고학력자 비율이 높은 양질을 일자리를 만든다. 이밖에 IT 바이오 과학기술 등 첨단기술과 연결돼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 고부가가치산업이기도 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헬스케어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2003년 개원 시절과 비교해 2018년 현재 3배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고용 안정에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병원이 주도하는 융ㆍ복합 헬스케어 클러스터인 ‘헬스케어혁신파크(HIP)’를 열어 의료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HIP에는 현재 35개 공공연구기간 및 바이오 헬스기업의 1,373명이 미래 의료산업을 선도할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

-‘헬스케어혁신파크’을 소개하자면.

“진료 현장인 병원과 직접 연계해 임상ㆍ교육ㆍ연구ㆍ사업활동을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의료산업은 기초연구부터 임상연구까지 병원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병원 인근에 전후방 산업의 여러 주체가 상호작용하면서 산업계와 학계, 연구, 병원 모두 시너지효과를 상당히 내고 있다.

실제로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는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단계별 실험 연구와 사업화까지 헬스케어 연구개발을 모두 지원하는 ‘가변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입주 기업과 기관들이 성장 흐름에 맞는 최적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시설과 기자재 사용 개방 등 공동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헬스케어 분야 공통 관심사에 대한 임상연구 및 협력이 원활해지면서 연구ㆍ전(前)임상 실험, 임상시험, 산업화의 선순환 모델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영역과 분야의 기관이 모여 결과적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는 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는 기초연구, 임상 및 비임상연구, 의료기기연구개발, 유전체의학,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지적재산관리, 의료빅데이터 등 다방면의 미래 유망직종과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결국 헬스케어혁신파크 중심의 연구개발과 산업간 네트워크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 줄 것이다.”

-세계시장에도 상당히 진출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가정에서 한국산 텔레비전을 보고 휴대폰을 사용하고, 외국 관광객이 우리 화장품을 잔뜩 사가는 게 더 이상 신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IT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패션, 뷰티,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점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형 산업의 서비스와 수출 역량이 약하다는 인식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기우를 불식시켰다고 할까. 병원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우리 기술력만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중동과 미국 등에 수출했다. 지난 2014년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미국 오로라병원그룹에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개발한 베스트케어는 의료ㆍ행정ㆍ재정 등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와 운영을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포괄적인 정보시스템이다. 앞서 밝힌 대로 해외 의료기관들이 우리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했다. 또한 현지 의료진과 사용자의 호평을 받고 있어 계속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한국형 소프트웨어의 세계화’는 우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이미지를 높여 엄청난 산업 유발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헬스케어산업 육성을 통해 이루려는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의료서비스 발전에 기여하고 그만큼 인류의 건강을 향상시키려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형 ‘바이오 헬스케어 클러스터-의료특구’를 성남시 분당구에 만들려고 한다. 현재 우리 병원은 LH본사 사옥이었던 헬스케어혁신파크뿐만 아니라 병원을 모두 포함해 국내 헬스케어산업과 연구시설을 한 곳에 모은 의료특구를 조성을 꿈꾸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병원이 중심이 된 헬스케어 클러스터가 BT 발전과 성장을 이끌고 있다. 투자 규모도 상당해 고용효과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1위의 바이오테크 단지인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 클러스터’(부지 200만㎡)가 대표적이다. 5,000여건의 특허를 만들어내면서 18.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용 인원도 5만명이 넘을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미국만 가능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국내도 생명과학 연구단지와 의료복합 연구단지에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힘을 모으면 병원이 주도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모델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 클러스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의료특구 지정 및 의료ㆍ교육연구ㆍ산업시설의 클러스터가 이곳에 실현되면 의료산업의 발전은 물론 다양한 영역과 분야의 기업이 이 지역으로 들어와 1조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2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특구를 만들려면 지방정부와 협력도 중요한데.

“연구와 교육, 산업화를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성남시와 병원은 헬스케어혁신파크를 포함하는 성남시 인근에 글로벌 헬스케어 융ㆍ복합 클러스터를 조성, 성남시 산업발전 및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국내 의료 연구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헬스케어 융ㆍ복합 클러스터 조성 협의회’를 만들어 상호협력하자는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이 융ㆍ복합 연구를 위한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열고 의료시설과 함께 연구ㆍ교육시설을 만들어 바이오 헬스케어 클러스터의 핵심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클러스터의 규모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다행히 병원 주변에 탄천ㆍ공원 등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많다. 이러한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탄천변 도로와 병원 진입 도로를 넓히고, 정자동 공원 부지 매입 등을 통해 부지를 넓힌다면 전체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트램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면클러스터 내 이동ㆍ접근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성남시 등 지자체와 협력으로 클러스터 규모가 넓어지고 테크노밸리로 개발된 분당 판교나 수원시 광교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기업이나 기관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의료특구를 만들면 세계적인 바이오 헬스케어 클러스터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지식ㆍ첨단미래산업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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