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경찰 교감설

남북 핫라인 개통 후 첫 시험통화
바쁜 와중에 자진신고 했다는데…
수사 칼끝 턱밑에 조여오면서
뒤늦게 ‘말 맞추기’ 정황 의심
경찰, 관련자 소환 등 소극적
“특검 결정 이후 수사 손 뗐나”
[핫라인5]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20일 청와대에 설치돼 송인배 청와대1부속실장이 북한 국무위 담당자와 시험통화하고 있다. 이날 시험통화는 오후 3시 41분부터 4분 19초간 이뤄졌다. 2018.4.20 . 청와대 제공 /2018-04-20(한국일보)

민주당원 댓글조작 주범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와 4차례 만나고 간담회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관련 사실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자진 신고한 시점은 자신이 담당해 한창 분주했을 남북정상 핫라인 개통일이어서 의문을 더하고 있다.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4차례 만난 사실 등을 민정수석실에 자진 신고한 시점은 4월 20일이다. 송 비서관이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와 분단 70년 만에 개통한 남북 정상 핫라인으로 첫 시험통화를 한 날이다. 남북 초유의 행사 일정으로 하필 송 비서관이 정신 없이 바빴던 시기를 잡아 그 배경에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송 비서관의 자진 신고 경위와 관련,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4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드루킹과의 관계를 공개한 것을 보면서 송 비서관은 ‘왜 우리 지지자가 저렇게 됐을까’ 안타까워하다가 이후 보도가 확산되자 민정라인에 알렸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애초 송 비서관은 김 전 의원이 지난 2월말 인사청탁과 관련해 드루킹으로부터 협박을 받는 사실을 청와대에 알린 이후 두 달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청와대 부속비서관인데다 김 전 의원과의 관계로 볼 때 드루킹 사건을 모를 리 없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4월 16~17일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김의겸 대변인이 드루킹 관련 논란으로 수 차례 해명 자리를 가진 터인데도 송 비서관이 계속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어서 자진 신고 배경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경찰의 텔레그램 수사 내용이 흘러나온 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4월 20일은 경찰이 댓글 수사와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드루킹이 외국산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기사주소(URL) 10건과 함께 “홍보를 부탁한다” “처리하겠습니다”는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을 공개한 날이다. 대선 전 드루킹과 텔레그램을 통해 수 차례 정세분석 글이나 블로그 글을 주고받았다는 송 비서관도 수사 대상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송 비서관의 텔레그램 교신 흔적을 확인하고 통보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뒤늦게 자진 신고 형식으로 조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마디로 청와대ㆍ경찰 쌍방의 교감 하에 이루어진 조사가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송 비서관은 20일에 이어 1주일 뒤인 26일 민정수석실 조사를 추가로 받았다.

이번 수사와 관련한 청와대ㆍ경찰 교감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루킹이 김 전 의원에게 “3월 20일까지 오사카 총영사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함께 저지른 불법적인 일을 언론에 털어놓겠다”는 협박과 관련, 시한이 하루 지난 21일 경찰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근거지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제기됐다.

과연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를 하고 있느냐는 의문과 관련해선 연루 여권인사에 대한 소극적인 수사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 김 전 의원에 대한 통신ㆍ계좌 압수수색은 계속 미루고 있고, 연루 사실이 드러난 송 비서관에 대해서도 조사 계획 자체가 없는 상태다. 배후 수사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외부 공개보다 기록에 남겨 특검에 넘기는 출구전략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편 드루킹 김씨를 비롯한 경공모 회원들이 최근 3년간 김 전 의원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15회 이상 출입한 기록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김 전 의원이 회관에선 서너 차례 만났다는 입장과 배치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