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명단 접수 계속 거부
美 등 4개국 취재진엔 비자 발급
‘22일 북한대사관에 집결’ 통보
한국 취재진 8명도 베이징서 주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동취재단이 21일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베이징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행사에 참석할 한국 취재진 명단 접수를 21일 재차 거부하면서다. 정부는 통상 오후 4시에 닫는 판문점 채널의 운영 시간을 연장해 북한을 설득할 계획이었지만, 북측이 “오늘은 더 이상 주고받을 연락이 없다”며 거절한 상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화 개시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통보하려고 했으나 북측은 아직까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23~25일)까지 이틀 남겨놓은 상태에서 북한이 연이어 취재진 접수를 거부하면서 한국 취재진의 풍계리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판문점 채널 운영 시간을 연장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 당국자는 “오후 4시 이후 판문점 채널을 연장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거부해 오늘 북한과의 연락은 종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기존 계획대로 북한 비자 발급과 일정,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22일 오전이 데드라인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풍계리 취재를 위한 한국 공동취재진 8명은 이날 북한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동취재진은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오후 3시(현지시간)쯤 주베이징 북한대사관 부근으로 이동해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북한 비자 발급 여부를 타진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민감한 반응 등을 우려한 정부의 협조 요청으로 내일 오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2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 취재진이 모여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이 닫힐때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남측공동취재단 초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미국의 ABC, CNN방송, AP통신 등 한국을 제외한 4개국(미ㆍ영ㆍ중ㆍ러) 외신 취재진에 비자를 발급했다고 일본 NHK는 전했다. 북한은 외신들에 22일 오전 주베이징 북한대사관에 집결할 것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날 고려항공 전용기편을 이용, 베이징에서 원산 갈마비행장까지 이동한다. 이후 취재진은 원산 프레스센터에 짐을 푼 다음 풍계리까지 북측이 마련한 전용열차로 이동해 폐기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사업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홍보를 외신에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에서 450㎞나 떨어져 있어 기차로도 6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원산에 프레스센터를 마련한 것도 치적사업 홍보 때문이란 분석이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김 위원장이 2013년 첫 삽을 뜬 이후 올 초 신년사에서도 강력 추진을 천명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으로, 올해 9월 1차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관광산업은 막대한 현금이 들어오는 사업”이라며 “김 위원장은 완공 단계에 있는 자신의 치적사업을 취재진을 통해 중국 등 국제사회에 알리고 현금을 끌어 모을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베이징=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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