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이 산 식품은 실제로 (양이) 줄었다.’

BBC는 이 같은 제목으로 최근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만연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업들이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크기나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너도나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2~2017년 영국의 슈퍼마켓에서 2,529개의 제품의 용량이 줄어들었다. 또 BBC가 올해초 인기 있는 초콜릿 바를 조사한 결과, 트윅스는 2014년 이후 용량을 13.8% 줄였고, 키켓 크런키는 16.7%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뉴욕 코넬대 연구진들이 최근 3년 간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는 시리얼을 분석한 결과, 제품 15개가 포장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소량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저항을 최소화시키면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BBC는 “비용 상승 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가격을 올리거나 성분을 바꾸거나 포장을 작게 하는 것 세 가지”라며 “이 가운데 가장 덜 위험한 것인 양을 줄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는 등 성분을 바꿀 경우 제품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맛이 바뀔 수 있는 위험이 있고, 가격 인상은 가격에 민감한 고객층의 대거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탄산음료 아이언브루는 지난달 영국에 설탕세가 도입되자 인공 감미료를 넣는 방식으로 성분을 바꿨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소량화의 경우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할 경우 고객 이탈 없이 계속 판매가 가능하다. 실제 소비자는 지각 오류로 용량이 줄어든 것을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용량을 줄이는 방법도 소비자가 인식할 경우 반발을 피할 순 없다. 지난 2016년 삼각형 모양으로 유명한 스위스 초콜릿 토블론은 용량을 줄였다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은 토블론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객 불만글. 토블론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소량화가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수십 년 간 오래된 병과 포장을 수집하며 기업이 용량을 줄여온 사례를 추적해온 에드거 드왈스키는 BBC에 “용량을 수 년에 걸쳐 줄이다가 과거 용량의 절반 정도까지 줄었을 때 갑자기 큰 사이즈 제품이라며 처음 나왔던 용량의 제품을 선보이는 패턴을 발견했는데, 이 때의 제품 가격은 과거보다 훨씬 높게 책정됐다”며 “차라리 가격을 바로 올린다면 최소 내가 돈을 더 내게 된 부분을 인지할 수 있으니 속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