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6>그저 다른 손을 쓸 뿐, 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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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를 정신적 결함이 아닌 신체적 차이로 인식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인 20세기 들어서다. 의학 기술 발달과 함께 각종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면서 왼손잡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벗겨내고 긍정적 특성을 탐색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법ㆍ제도 개선 등 다양성 존중 차원에서 왼손잡이를 보듬으려는 시도는 더디기만 해 사회적 소수자로서 이들의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리 법령ㆍ자치법규에서 왼손잡이를 규정하는 항목은 없다. 법적 정의가 미비한 탓에 당연히 보호ㆍ지원 대책도 전무하다. 왼손잡이 권익 증진을 위한 입법 시도 역시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정몽준 전 의원은 2003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왼손잡이 편의시설을 생산ㆍ설치하는 기업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왼손 사용자가 소외 받고 있으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계법령을 활용해 세금을 감면해 주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졌다. 감정적 호소에만 의존했을 뿐, 왼손잡이들의 권리가 어떻게 침해되고 보완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법 전문가들은 무심코 왼손의 사용을 제한하는 법 조항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차별 항목이 ‘경례ㆍ선서’에 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국기법(제6조)’은 경례 방식을 오른손으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서 역시 ‘국가공무원 선서에 관한 규칙(제3조)’에서 오른손 용례만 명시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전지수 박사는 “군대 집단제식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일반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왼손 경례의 여지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들이 소수자 강박을 떨치게끔 학교 현장에서 교육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대전 송림초교 김선화 교사가 2012년 발표한 왼손잡이 학생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교사 4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는 “왼손잡이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많은 교사들이 오른손잡이 중심 교육 환경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초등 교과서에조차 오른손을 기준으로 바른 필기 자세와 한글 자음쓰기 방법을 소개해 왼손 글씨 쓰기는 잘못됐다는 생각을 은연 중 주입하고 있다. 김 교사는 “외국의 경우 교육 당국이 지침서ㆍ워크북을 통해 왼손으로 글씨를 쓰더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연필 잡기나 공책 놓는 방법 등을 제공한다”며 “우리도 한글에 맞는 쓰기 방식을 체계화해 학생ㆍ학부모들이 강제 교정의 압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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