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외부인사 중 첫 조문객으로 빈소 찾아
“14년 전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 맺어
‘곧 낫는다’던 통화가 마지막 연락… 마음 아프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가족 외 외부인사로는 가장 먼저 조문을 한 반 전 총장은 생전 고인과의 인연을 추모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애도를 표했다.

반 전 사무총장과 구 회장과의 인연은 14년 전인 2004년 비행기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됐다. 여느 재벌과는 달리 소탈한 구 회장의 모습을 반 전 총장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청와대 외교보좌관 시절 영국에서 열린 경제 로드쇼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구 회장님이 옆자리셨다”며 “그때 마침 기내 조명이 고장 났었는데 회장님께서 ‘저는 자료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보좌관님들은 자료를 보셔야 하니 자리를 바꾸자’며 실제 바꿔 앉았다”고 회상했다.

반 전 총장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저녁도 같이 한번 하고, 장관이 된 뒤 공관에도 모셨었다”며 “UN 사무총장이 됐을 때는 사무총장 공관에 LG 제품을 놓아주셨다”고 기억했다. 그는 “편지도 주고받고 2기 임기 마친 후 귀국했을 때 인사 드리려 전화했는데 머리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하고 목소리도 잘 안 나오신다고 하시더라”며 “’좀 지난 다음에 곧 나을 테니 그때 만나자’고 하셨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밝혔다. “그때 문병이라도 했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생긴다”며 반 전 총장은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고인의 모범적인 경영인으로서의 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 하신 건 누구나 잘 안다”며 “LG는 현대 삼성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며, 구 회장님은 기업도 참 투명하게 경영하시며 모범을 많이 남기셨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인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인들이 잘 합쳐서 경제를 잘 이끌어나가야 하겠다”고 말한 뒤 빈소를 떠났다.

지난 20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구 회장의 장례는 ‘비공개 가족장’이 원칙이지만 20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외부 인사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구 회장의 뒤를 잇는 LG그룹 4세 후계자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보좌하게 될 LG그룹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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