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처럼 드루킹과 메신저 연락했을 듯

수사 과정서 알고 있었다면
‘정권 눈치보기ㆍ수사 축소’ 후폭풍
몰랐다면 ‘부실수사’ 진퇴양난
주영훈 경호실장(왼쪽부터), 문 대통령,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커넥션 의혹에 청와대 실세인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등장하면서, 경찰이 송 비서관 연루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이미 송 비서관 존재를 알았다면 김 전 의원 관련 수사에 가뜩이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경찰로서는 정권 눈치 보기에, 수사 축소라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록 몰랐다고 하더라도 부실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경찰 안팎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볼 때 경찰 역시 송 비서관의 존재 여부를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송 비서관이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를 총 4차례 직접 만났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송 비서관과 김씨 일행을 만나는 자리에 동석해 김씨를 알게 됐다는 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

그 동안 경찰 조사를 통해 김 전 의원과 김씨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32건의 메시지를,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는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총 55건의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이 확인된 이상, 송 비서관 역시 김씨와 같은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을 공산이 크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경찰이 김씨 일당의 대화방 흔적을 상당수 확보한 상황에서 송 비서관의 존재가 포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 주요 당직이나 지역 등 김 전 의원과 연결되는 ‘정치적 배경’이 부족했던 김씨가 그 연결고리로 송 비서관을 선택해 접근했다면, 오히려 김 전 의원보다 더 많은 연락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 같은 추정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송인배(가운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드루킹' 김동원(왼쪽)과 김경수 전 의원을 소개시켜 준 '연결 고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사 과정에서 송 비서관의 존재를 알아챘다면 경찰로서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사건 초기 김 전 의원의 연루 사실을 숨겨 오다 언론에 보도가 된 후에야 뒤늦게 이를 인정한 것은 물론,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김 전 의원에 대한 면피성 소환 조사 등으로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현직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사건에 등장하면 그 파장이 청와대로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찰이 의식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혹여 몰랐다 해도 문제다. 송 비서관은 4월 김씨가 주도한 댓글 조작 문제가 불거지고 김 전 의원의 연루설까지 제기되자 지난달 20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는 이미 경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시점으로 경찰에서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부실 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실 관계 확인은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