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상무 ‘4세 경영’ 본격화
실리콘밸리 근무 IT분야 전문성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은 많지않아
60대 부회장단과 협력 통해 경영
하현회 부회장 조정 역할 커질 듯
구본준 부회장은 ‘LG 전통’ 따라
계열사 떼어내 독립할 가능성도
올해 1월말 경기 이천시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7인의 LG 부회장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왼쪽부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이 20일 오전 숙환으로 눈을 감으며 ‘LG호’의 방향타가 아들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에게 넘어갔다. 지난 17일 그룹 지주회사 LG가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한 지 불과 3일만이다. 주주총회가 남았지만 LG 사주 집안에서 결정한 이상 구 상무가 새로운 LG의 얼굴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구 상무는 글로벌 기업인 LG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1995년 50세에 회장에 올라 23년간 LG를 이끈 구 회장의 리더십은 찬란한 유산이자 구 상무가 넘어서야 할 산이 됐다.

2004년 구 회장의 양자가 되는 순간 구 상무의 운명은 LG 후계자로 결정됐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쌓았다. 2007년 입학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중도 포기하고 정보기술(IT) 실무를 익히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1년간 근무했다.

LG전자 TV와 오디오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팀, 생활가전 담당인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고 올해 LG전자 B2B사업본부에서 경험을 쌓았다.

구 상무가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LG그룹 안팎에서는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룹 후계자이지만 구내식당에서도 격의 없이 식사하고 퇴근 뒤 동료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스타일이다.

업무에 대한 고민이 깊고 IT 분야 전문성이 높아 인공지능 로봇 전장사업 등 LG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주도적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경험도 풍부하지 않아 글로벌 비즈니스를 혼자 이끌어 가기에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광모 상무의 LG는 당분간 6인의 부문별 부회장들과 협력을 통해 경영될 전망이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주사 LG의 대표이사 하현회(62) 부회장의 조정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62) LG전자 부회장, 박진수(66) LG화학 부회장, 한상범(63)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61)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65)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LG의 5대 핵심 사업부문을 책임지고 경영하는 형태가 된다.

지난해 연말 삼성을 필두로 재계에서는 50대 CEO 교체 열풍이 불었어도 LG는 수년간 대표이사를 지내온 60대 부회장들을 모두 유임시켰다. 당시에는 ‘의외의 인사’란 평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LG는 ‘포스트 구본무’ 시대를 준비하는 인사가 됐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건강이 악화한 구 회장을 대신해 약 1년간 LG의 총수대행 역할을 한 구본준(67) 부회장의 거취이다. 지금까지 LG의 전통에 따라 계열사를 떼어내 독립할 가능성이 높다. LG 고위관계자도 “구본준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구광모 상무 체제로 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본준 부회장과 LG의 결별 시기가 언제이냐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제 40세인 구 상무가 바로 회장직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구 부회장도 당분간은 현재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구 상무가 구본준 부회장과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의 조력을 받으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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