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과 부인 오노 요코가 1969년 6월 1일 몬트리올의 퀸 엘리자베스 호텔방 침대에서 반전 평화를 요구하는 노래 'Give Peace a Chance'를 녹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이 오기까지 고비를 몇 번 더 넘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북핵 폐기’와 ‘북한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맞바꾸기로 한 이 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북한과 미국 관료 전문가들의 상충하는 언급을 생각하면 과연 회담이 열릴 수나 있을까 회의적 생각이 들기 쉽다. 하지만 경제ㆍ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지난주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금의 북한과 ‘도이머이’ 정책을 막 시작하던 1986년의 베트남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도이머이는 ‘새롭게’라는 의미로 공산정권 주도의 베트남식 개혁ㆍ개방 정책이다. 그 기사는 북한이 베트남보다 더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본다. 1986년 베트남과 2016년 북한의 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북한이 310억달러로 베트남의 260억달러보다 앞선다. 산업구성에서도 제조업 비중은 2016년 북한이 1986년 베트남보다 더 높다. 블룸버그 기사는 북한이 베트남보다 훨씬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는 결정적 이유를 남한에서 찾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외국자본 투자가 북한 GDP의 20%까지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은 5%포인트 늘어난다. 20%로 늘어나는 데 필요한 외국기업 투자 규모는 60억달러에 불과하다. 베트남 최대 해외 투자기업인 삼성의 베트남 투자가 170억달러다. 삼성은 베트남 수출액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열리면 남한 기업이 베트남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 대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약 6,5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트남식 모델로 가고 싶다”고 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런 간단한 수치를 모를 리 없다.

북한이 개혁ㆍ개방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은 여러 사람이 제기해왔다. 그중 가장 강력하고 지속해서 언급해온 인물이 짐 로저스 로저홀딩스 회장이다. 전 세계에 성장 잠재력은 높으나 저평가된 기업과 국가에 모험적으로 투자해 큰돈을 벌어 ‘금융시장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린다. 2007년 북한을 방문해 여러 곳을 여행했던 로저스 회장은 2014년 “5년 안에 한반도가 통일될 것이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남북간에 대북 확성기 재설치와 북한의 포격 대응 등 군사 긴장이 높아지던 2015년에도 “가능하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북한의 개혁 개방이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는 알 수 없다. 중국과 베트남도 10년 이상 걸렸다. 북한은 더 오래 걸릴지 모른다. 개혁개방에 소극적인 북한 정권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공사는 최근 “김 위원장은 장마당보다 통제와 관리가 쉬운 개성공단식 개방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시장경제의 전면 도입보다는 제한적 외국자본 도입을 통해 점진적 경제개혁을 추진할 것이란 의미다.

로저스 회장은 남북한 화해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일본과 미국 관료를 거론했다. 일본은 통일 한국이 일본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을 꺼리고, 미국 관료 중에는 주한미군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냉전이 끝나기를 원치 않는 세력은 남한에도 존재한다.

6월 12일까지 이들 세력이 회담 실패를 위해 온갖 시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보다는 평화가 옳은 길’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미국에서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거셌던 1969년 존 레넌이 만든 노래 ‘Give Peace a Chance’(평화에 기회를 주세요)를 자꾸 흥얼거리게 하는 요즈음이다.

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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