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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여성들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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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여성들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부당하다”

입력
2018.05.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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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찍지마! 찍지마!”

차도 4개 차선과 인도를 가들 메운 여성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던 한 남성에게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을 함부로 찍지 말란 것이었다. 여성 한 명이 급하게 달려 나와 사진 삭제를 요구했고, 단상 위에 선 집회 진행자는 “몰카 범죄를 규탄하러 모인 지금도 우리 얼굴이 함부로 찍힐까 봐, 사진이 우리 존엄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사용될까 봐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 9,000여명(경찰추산)이 1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앞 '좋은 공연 안내센터'와 방송통신대학 사이 도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분노를 상징하는 붉은색 의상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성차별 수사 부당하다” “동일범죄 동일처벌” 등 구호를 연신 외쳤다. 예상 참가자 500명보다 훨씬 많은 참가자가 몰려 경찰은 계속해서 폴리스라인을 차선 쪽으로 이동하며 집회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이들은 경찰이 성별에 따라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진행자는 연단에 올라 “이번 홍익대 몰카 사건은 경찰이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을 했다”며 “여성이 피해자일 땐 사건 접수도 안 받더니 이번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은 집회 참가자들 역시 ‘못 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네?’ ‘이번에도 집행유예 해야 한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며 경찰 수사를 규탄했다. 마포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물러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불법촬영의 약한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연단 위에 오른 한 참가자는 “세입자 집에 몰카 설치한 남성 집행 유예” “여자 69명 몰카 찍은 남성 집행유예” 등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남성 불법촬영 범죄 사례 수십 개를 나열했다. 사례 하나를 언급할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큰 목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최근 여성들이 주도하는 집회를 대상으로 한 ‘염산 테러 예고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옴에 따라 경찰은 집회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경찰 수백 명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이날 오후 3시36분쯤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지금 염산 챙기고 출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같은 시간 인근에선 남성 5명이 슈퍼히어로 옷을 입은 채 ‘여자를 위한다면서 사실상 여자를 욕 먹이는 뷔페미니스트들은 더 이상의 남녀혐오를 멈추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반페미니스트’ 집회를 열었다. 이중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은 여성 집회 참가자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다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편파 수사 논란에 대해 14일 “피의자 성별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 하거나, 공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익대 사건은 수사 장소와 대상이 특정돼 수사 진행이 빨랐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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