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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버닝’ 찍으며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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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버닝’ 찍으며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입력
2018.05.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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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님이 청춘의 삶을 그리려 한다는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버닝’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님이 청춘의 삶을 그리려 한다는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유아인 말고 ‘청춘의 얼굴’을 대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영화 ‘버닝’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선택지는 여럿이지만 누구도 유아인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창동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버닝’이 전 세계 언론과 영화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데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큰 몫을 했다. 16일(현지시간) 공식 상영에서 만난 한 프랑스 영화감독은 “관객이 느끼는 감정을 유아인도 느끼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 연기가 매우 뛰어났다”고 평했다.

유아인도 칸 현지의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18일 칸에서 마주한 유아인은 “유독 많이 신경 쓰고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라며 “좋은 평가를 받아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버닝’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다. 택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유아인)와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해미(전종서),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벤(스티븐 연)의 부조화스러운 관계가 잠재된 분노를 일깨우며 미스터리 스릴러로 흐른다. 종수는 벤을 통해서 특별한 이유 없이 부유한 상류층의 삶을 경험한 뒤 모멸감과 부러움을 느낀다.

유아인은 “내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현실 속 청춘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늘 품어 왔다”고 말했다. 종수를 연기하면서 그는 자기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고 20대 초반 청춘들을 많이 돌아봤다. “제가 그 나이 때 품은 의구심이 있었어요. 기성 세대가 청춘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동시대적이지 않은, 그들만의 향수이거나 추억인 건 아닐까. 그래서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처한 현실을 더 많이 듣고 이해하려 했어요. 제가 만난 청춘은 획일화된 질서 안에서 점점 더 자신을 숨긴 채 살고 있더군요. 기울어진 세상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들도 보잘것없는 것들이고요.”

영화 ‘버닝’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버닝’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종수의 무기력한 표정과 휘청거리는 발걸음에는 미래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뚜렷한 실체로 다가오는 분노가 스크린에 배어 있다. 영화의 정서를 빚어낸 유아인의 연기가 놀랍다. “겸양이 아니라 정말로 감독님의 몫이 컸어요. 저는 감독님이 그린 그림에 충실했고, 그 분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쓴 것밖에는 없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며 유아인은 달라졌다. 아주 기묘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줄탁동시’처럼 내부와 외부의 힘이 동시에 작용해 알이 깨지고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어요. 저 자신을 새로 발견했다고 할까요. 그토록 나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표현에만 집중했지 정작 내면을 깊이 바라본 적은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렇게 내 안을 바라보면서 조금 더 순수해졌고 편안해졌어요. 갑자기 신인이 된 듯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유아인은 주장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깨달은 듯했다. ‘버닝’에 담긴 상징과 은유를 두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감독이 그려낸 이미지를 느낌으로 받아들여 달라”고만 했다. “편안하게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어떠한 ‘체험’에 다다르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 체험이 유아인과 ‘버닝’을 칸으로 이끌었을까. 유아인은 “영화를 함께 만든 분들과 이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겸허해진다”고 했다. 수상 욕심이 있다면 그건 영화 자체와 이 감독을 향한 것이다.

“저에겐 작품과 함께 흘러오는 삶이 가장 중요해요. 그 밖의 것들은 깨끗이 비워졌어요. 내가 느낀 감동을 타인도 느끼게 하는 게 제 일이고, 그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조금 더 짙어지는 것 같아요. 누구도 억지로 책임을 떠안기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그러기 위해 저 자신을 잘 감지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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