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 읽어?] <2> 아나운서 김소영

책을 사랑하는 두 사람, 김민정(왼쪽) 시인과 김소영 아나운서가 서울 상암동 한국일보 DB컨텐츠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상순 선임기자

당인리책발전소가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곳에서 손에 목장갑을 낀 채 운동화 신은 발로 후닥닥 뛰어다니던 그녀를 보았다. 책을 들었다 놓곤 하는 사이 사람들에게 붙들리기 일쑤라서 알은척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참이었다. 그 무렵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후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나, 책방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이 근방 사람들이 합정역에 내리는 젊은 사람들은 다 거기 가는 거라고들 했다니까.” 과연 그랬나 보다. 정말 그랬나 보다. 그리하여 첫 책방 오픈 7개월 만인 6월에 2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는 그녀를 만났다. 다음 책발전소는 그래서 어딘데요? 라는 물음에 그녀는 짧게 위례요, 라 하였다.

김민정(민정)= “최근 낸 책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재미나게 읽었어요. 내용도 알찼지만 ‘행복할 가능성을 놓고 김소영과 비교해본다면 나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는 손석희 JTBC 사장님의 추천사가 기억에 남더군요. 책 잘 나가죠?”

김소영(소영)= “네, 출간 보름 만에 10쇄 들어간 거니까 이 정도면 잘 나가는 거라고 얘기들을 하시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책방도 현재로서는 만족하는데 이렇게 언제까지 갈 것인가 생각이 많기도 하고요.”

민정= “급하게 썼다고 하도 손사래를 쳐서 기대 없이 읽었는데 엄살쟁이 같으니라고. 밑줄 그어가며 읽었잖아요!”

소영= “진지하게 쓰되, 읽기 어렵지 않게 하자라는 명제를 가지고 열심히 쓰고 고치긴 했는데… 아휴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책방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되세요. 돈 안 받아도 좋으니 일을 시켜달라는 분들도 꽤 많고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고작 6개월 해본 제가 책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책으로나마 책방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민정= “남편 오상진씨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책 곳곳에 출몰합니다. 어쩌다 보니 방송인 부부가 함께 책을 쓰고 책을 파는 일을 하고 있단 말이지요.”

소영= “이달 말에 남편의 책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도 출간이 되는데 제가 추천사를 썼어요. 저랑은 균형이 잘 맞는다 싶어요. 성향이나 스타일은 아주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인지 사소한 의견 차이는 있어도 얼굴 붉히고 크게 싸운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대화가 되는 상대여서 그런 듯해요. 책을 좋아하는 남자와 사는 건 비교적 많은 장점이 있다 싶어요.”

신상순 선임기자
민정= “책방 주인으로 이제 두 계절을 보내본 건데요.”

소영= “처음 책방 시작했을 때는 나 왜 이렇게 무지하지, 라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잘 덤비더라고요. 왜 모르지 하면서 배우고 그 다음날 또 배우고 이 과정이 쌓이니까 차츰 일상이 되면서 익숙해지더라고요. 저기 있는 모든 가게의 주인들이 다 이런 과정을 거쳤겠구나 싶으니까 간판만 봐도 전에 없이 짠한 마음인 거 있죠.”

민정= “2012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퇴사한 2017년까지 메인 뉴스 앵커로는 물론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발히 활약을 했어요. 그중 라디오에서의 책 읽어주는 코너가 큰 인기였는데요.”

소영= “매주 세계문학을 한 권씩은 읽었으니까 저한테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채털리 부인의 연인’도 읽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도 읽고 나중에는 ‘배비장전’까지 다양한 장르로 확산이 되었지요. 기억나는 것이 ‘소나기’요. 교과서에 실린 소설이니 누구나 다 알잖아요. 그런데도 들으시는 분들이 감동을 받아 아침부터 울었다, 운전하다 울었다, 소감을 마구 올려주시는데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소개하느냐가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감을 그때 익힌 듯해요.”

민정= “책방에 들이는 책들은요?”

소영= “오픈 때는 ‘사람아 아, 사람아!’처럼 남편과 제가 둘 다 좋아하는 책을 일단 한 100권쯤 추려 미술관의 그림들처럼 책방 곳곳에 진열하고 그랬어요. 근데 소진율이 빠르니까 둘이 좋아하는 책을 계속 늘려서 매일같이 입고시키게 되더라고요. 정기적으로 큰 서점에 가보기도 하고 저절로 알게 되어 주문도 넣고 그러다 읽고 좋았던 책에 손글씨로 리뷰를 메모해서 올려놓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책 판매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 베스트 10을 집계해서 그 순위를 벽에 써 붙이기 시작했는데 문유석 판사님이 쓰신 ‘개인주의자 선언’의 경우 저희 책방에서 판매 1위를 찍으시고 대형 서점마다 분야별 종합 1위라는 역주행을 기록하시기도 했죠. 좀 놀랐지요. 요즘은 책방으로 입고를 원한다며 보내주시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요, 그거 검토하기에도 벅차요. 일주일에 한 50권에서 100권쯤 되려나. 심지어 PDF로 출간 전 파일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꼼꼼 보려고 애쓰고는 있어요.”

신상순 선임기자
민정= “책방지기로 살아가다 보면 아무래도 독자와의 소통, 독자와의 눈높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해요.”

소영= “책을 많이 골라드리게 되면서, 내 취향에 독자들 취향을 계속 더하게 되면서, 관찰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책을 집고 어떤 순간에 책을 내려놓는지 적어도 하루에 100명 이상은 보잖아요. 책 ‘덕후’에서 조금 더 ‘업자’로 가는 느낌이에요.”

민정=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소영= ‘어니스트 티의 기적’이라는 책은 선물로 받았어요.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의 차원으로 주셨는데 흥미롭더라고요. 또 한 권은 장강명 작가님의 ‘당선, 합격, 계급’인데요, 왜 작가님이 문학상 4관왕 출신이잖아요. 문학공모전의 현실이며 문제점을 낱낱이 쓰셨는데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는 유익한 책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책과 책방의 미래’라는 책이 있어요.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여겨지는 일본의 서점, 중개, 출판사, 업계 3자가 후쿠오카에 모여 토론하는 내용의 책인데요, 제게는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흡입력이 엄청 세더라고요.

민정= “어쨌거나 소영씨는 책에서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을 찾은 거겠지요?”

소영= “네, 그런 것 같아요. 책방에서 대화를 해보면요, 책을 안 읽었다고 말하면서 많이들 부끄러워하세요. 책을 고르다가도 집에 안 읽은 책이 있어서 못 사겠다는 말씀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집에 먹을 게 있어도 우리는 자주 마트에 가잖아요. 당장 벌거벗은 게 아닌데도 우리는 자주 옷을 사잖아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마실 수 있냐고 안 물어보듯이, 콘서트에 가서 음악 들어도 되냐고 물어보지 않듯이, 아무 준비가 안 되어 있어도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거리’, 책이 그렇게 당연하면 좋겠어요.”

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김소영 아나운서

2012년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투데이’와 ‘뉴스24’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MBC를 나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남편인 오상진 아나운서와 독립서점 당안리책발전소를 열었다.

※ 한국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018 책의 해’를 맞아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함께 ‘무슨 책 읽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김민정 시인이 각계 명사들을 만나 책에 대해 나눈 대화를 매주 금요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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