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약 5,000만명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데이터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내부 고발자가 2016년 이 정보를 이용해 미국 대선 시기 흑인 투표를 억제하는 여론조작 작업을 펼쳤다고 증언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내부고발자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모기업인 SCL과 접촉했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미국 인구를 대상으로 한 정보전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와일리는 자신의 주장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이 “배넌의 목적이 미국 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투표를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냐”라고 질문하자 “난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배넌이 2016년 대선을 일종의 문화전쟁으로 판단하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흑인들의 투표 심리를 위축시키고자 광고 등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와일리는 증언 후 CNN 방송 인터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투표 이탈 전략”에 핵심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와일리는 이날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유출된 개인 정보가 러시아 조직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증언했다. 그는 애초 정보 수집 앱을 개발하고 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로 넘긴 알렉산드르 코건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수 차례 러시아로 여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건 교수는 “나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위해서 일할 때 러시아로 간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