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미회담 재고 위협... 미국 언론 전문가 반응

페리 “빠른 길 없다는 사실 상기”
빅터 차 “한미훈련 의제 여부 주목”
일각 “시진핑 영향 받은 것” 주장
대체로 “협상 판 깨지진 않을 것”
16일 서울역에서 한 남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는 뉴스 화면을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재고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 데 대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주도권 잡기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미 정상회담 자체의 판이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비핵화 협상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면 협상장을 떠날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 판돈을 올리는 북한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컬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도 CNN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회담의 무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나설 것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발표가 그간 수개월간 따뜻한 관계가 형성됐던 한반도에 갑작스런 긴장과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기 보다는 도로 위의 요철 같은 장애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리비아 방식의 핵폐기 모델을 거부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한층 복잡해지게 된 상황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북한의 이번 발표는 한미 연합훈련이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는 문제를 남겼다”고 진단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북한이 자신들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주요 제재는 유지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NYT에 “북한의 위협이 보다 심각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고, 월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협상을 위협하는 북한의 오늘 발표는 ‘성공으로 가는 쉽고 빠른 길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갑작스런 발표를 중국과 연결 짓는 분석도 나왔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 고문은 로이터통신에 김 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 회동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다시 논의 대상에 올리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뜻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도 북한의 발표를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협상과 연결시켰다. 북한 발표는 백악관과의 협상에서 중국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조치라는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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