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이후 부담금을 내게 될 첫 재건축 아파트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 아파트가 예상 부담금으로 1인당 1억3,569만원을 지난 15일 서초구청으로부터 통지 받았다. 반포현대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대치 쌍용ㆍ2차문정동 등 긴장
행정소송 등 법적다툼 움직임도

“반포현대 아파트 재건축 부담금이 이 정도까지 많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러다 8억원도 넘는 부담금이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16일 정부가 올초 추정한 8억원대 부담금 부과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밤잠도 설쳤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사실상 나홀로 아파트인데다 일반분양 물량도 12채 밖에 되지 않아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반포현대에 전날 무려 1억3,500만원이 넘는 부담금 ‘폭탄’이 통보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첫 적용 사례인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원에 부담금 통지서가 나온 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패닉에 빠졌다. 종전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가는 막대한 부담금을 물을 수 있다는 우려에 오히려 조합 추진위 설립을 늦추거나 개발 이익을 낮춰 부담금 규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강남구 대치쌍용2차,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등이다. 이 곳은 조만간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산출ㆍ통보될 예정인데, 반포현대 부담금 규모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더구나 이들 단지는 반포현대와 비교할 때 사업 규모도 크다. 반포주공1단지는 1,490가구를 헐고 2,091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문정동 136번지는 단독주택과 빌라가 혼재된 지역을 1,265가구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을 통해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고 인근 집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재건축 부담금도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단지에는 반포현대보다 높은 부담금이 통보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재건축 추진 초기 단지를 중심으로 추진위 인가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재건축 종료시점 가격에서 개시시점의 가격, 평균 집값 상승액, 사업에 들어간 비용 등을 빼고 남은 이익의 일정 비율을 계산해 산정한다. 이 중 부담금의 기준시점이 되는 ‘개시시점’은 재건축 추진위가 인가를 받은 날부터다. 만약 추진위가 승인된 시점의 공시가격이 현재보다 높으면 그만큼 부담금은 줄어든다.

실제로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 2월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고 이달까지 추진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집값 상승분이 충분히 공시가격 등에 반영된 후 추진위를 다시 설립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 6ㆍ7단지 역시 추진위원장을 뽑고도 추진위 설립 시점을 뒤로 미룬 상태다.

재건축 비용을 늘려 부담금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1대 1 재건축이 이 같은 방식으로,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와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3구역, 서초구 반포동 강남원효성빌라, 광진구 워커힐아파트 등이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막대한 부담금을 내는 대신 그 비용을 본인 아파트의 명품화를 위해 쓰겠다는 생각이다.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잠실주공5단지 등 11개 재건축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소송을 제기했을 때 헌법재판소는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하지만 이번에 구체적 행정 처분인 ‘예상금액통지’가 나온 만큼 앞으로 부과금액이 산출된 단지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유보파와 강행파, 리모델링 전환파 등으로 나뉘게 되면서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졌다”며 “강남 집값 상승은 재건축이 이끌어온 만큼 일반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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