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스키 열풍에 술 원액 동났다... 산토리 “판매 중지”

주력 ‘히비키 17년’ ‘하쿠슈 12년’
日뿐만 아닌 해외서도 수요 급증
장기불황기 수요 생각하다 낭패
저장고 증설 계획… 재판매는 미정
산토리가 판매 중지를 밝힌 히비키 17년산. 산토리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대표적인 위스키 제조업체 산토리가 주력 제품 ‘히비키(響) 17년’과 ‘하쿠슈(白州) 12년’의 판매를 중단한다.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액이 부족해진 탓이다. 산토리는 원액 확보를 위해 시설 투자를 꾸준히 해왔지만 숙성에 걸리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재발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아사히(朝日)신문 등이 16일 보도했다.

위스키의 종주국은 스코틀랜드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1920년대부터 스코틀랜드에 가서 양조기술을 배우고 돌아와 자체적으로 위스키를 개발해 왔다. 최근 들어 권위 있는 외국 주류품평회에서 호평 받으면서 국제적으로도 일본 위스키의 위상이 스코틀랜드를 앞설 조짐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영국의 대표적인 주류품평회인 인터내셔널 스피릿 챌린지에서 산토리의 ‘히비키 21년’이 최고상을 받았고, 2011년 발매 당시 1병에 100만엔(약 977만원)에 출시된 ‘야마자키(山崎) 50년’은 올해 1월 홍콩 경매에서 약 3,250만엔(3억1,767만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일본 위스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오사카(大阪)에 있는 야마자키 증류소 등 일본 내 위스키 증류소들도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위스키 시장은 2016년 4억3,000만상자(1상자 당 9ℓ)로 2007년에 비해 60% 증가했다. 일본 국내 판매량도 지난해 약 16만㎘로 2008년의 2배로 급성장했다.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침체됐던 위스키 판매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산토리가 2008년 중저가 위스키인 ‘가쿠빈(角瓶)’을 출시하면서다. 젊은 계층 공략을 위해 고안한 중저가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도수를 대폭 낮춘 하이볼 프로모션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까지 생맥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2014년에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竹鶴政孝)를 다룬 NHK 드라마 ‘맛상’이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1920년대 단신으로 스코틀랜드에 다녀온 다케쓰루는 스코틀랜드와 비슷한 자연환경과 좋은 물을 얻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다 홋카이도(北海道)에 증류소를 세웠다. 그가 세운 닛카위스키의 ‘다케쓰루(竹鶴) 17년’은 2015년 월드위스키어워드에서 블렌디드 몰트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에서 명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불황기의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생산된 원액의 양으로는 최근 급증한 수요를 맞추기엔 턱없이 모자랐고, ‘히비키 17년’과 ‘하쿠슈 12년’의 판매 중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판매 중지 시기는 재고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히비키 17년’은 9월쯤, ‘하쿠슈 12년’은 6월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토리는 원액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180억원을 투자해 야마나시(山梨)현과 시가(滋賀)현에 원액을 넣어 숙성하는 저장고를 각 1동씩 증설할 계획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2020년 9월에는 위스키 원액 저장량을 현재보다 20% 늘릴 수 있게 된다. 이번에 판매 중지되는 제품들의 재발매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원액 숙성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재개 시점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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