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것은 ‘개인용’ 밝혀져
킹크랩 댓글작업 하던 ‘보안용’ 오인
핵심 멤버들 참고인 조사조차 불응
압수수색 영장도 반려 USB 확보 난항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9)씨가 지난 2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김모(필명 초뽀)씨로부터 압수한 이동식저장장치(USB)는 경공모 핵심 회원만 사용한 보안USB가 아닌 개인용 USB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뽀가 평소 댓글 작업 등에 쓰던 보안USB는 이미 폐기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찰이 경공모 보안USB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에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은 대상자 주소지 오기 등을 이유로 잇따라 반려 조치되고 있다.

15일 경찰 등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경찰청이 초뽀 주거지에서 압수한 USB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서 주범 ‘드루킹’ 김동원(49)씨가 경공모 핵심 회원들에게 배포한 보안USB가 아니라 일부 관련 파일을 개인적으로 저장해 놓은 일반 USB였다.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 김씨로부터 접속권한 암호가 걸려 있는 보안USB를 받아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자동화 서버인 ‘킹크랩’에 접속해 댓글 작업을 해 왔는데, 드루킹 포함 핵심 회원 30명 정도에게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은 이들 보안USB 안에 경공모 조직 전반과 활동내역이 상세히 저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USB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난항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드루킹 측 핵심 멤버 7, 8명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범죄 사실에 대한 입건 절차 항목을 누락하거나 주소와 차량번호 압수수색 대상물을 잘못 기재해 보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대상자 주소 등 요건조차 갖추지 않아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영장이 신청된 해당 경공모 멤버 7, 8명은 모두 보안 USB를 소지한 핵심 회원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의 미숙함을 꼬집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루킹이 구속된 지 50여일이 지나면서 안 그래도 USB 등 핵심 증거들이 버려지거나 은닉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수사팀이 기본적인 영장 기재 양식조차 지키지 못해 영장 반려 등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일부 참고인 조사에서조차 조사 불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날 여론조작 사건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박모(31·필명 서유기)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앞서 기소된 드루킹 등 3명과 함께 재판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서유기는 드루킹 등과 함께 1월 17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45분까지 네이버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50개에 2만3,813회 ‘공감’을 집중적으로 클릭하는 등 네이버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확보한 네이버 아이디 614개와 휴대폰(일명 잠수함)ㆍ유심칩 등을 동원했으며 댓글 조작을 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 서버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킹크랩을 사용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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