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뮤지컬 올림픽 ‘DIMF’
의정부음악극ㆍ안산거리극 축제
10회 이상 치르면서 자리 잡아
해외 단체도 잇달아 참가하지만
관객 대부분은 여전히 지역주민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인 영국 페리플럼&콘익스체인지뉴베리의 '451' 공연 장면. 영국 일간 더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야외공연 작품 중 하나다. 의정부음악극축제 제공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ㆍ딤프)은 세계의 뮤지컬이 모이는 문화올림픽이에요. 그런데 아쉬운 건 전국민 모두가 알지 못한다는 거죠. 대구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모인 관객들이 DIMF 기간 동안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뮤지컬 배우 최정원)

부산과 전북 전주에서 해마다 국제영화제가 열린다는 건 영화팬이 아니어도 알 만한 상식이 됐다. 반면 경기 안산에서 거리극이 열린다거나, 대구에서 매년 뮤지컬축제가 펼쳐진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전국적 행사라기보다 지역 주민과 공연팬들에게 친숙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연축제의 인지도가 여전히 지역을 중심으로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초청 해외 작품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관객수도 2배로 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 10회 이상 행사를 치르며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DIMF는 한국뮤지컬의 저변을 확대하고,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2007년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DIMF의 누적 관객 수는 163만여명이다. 올해 12번째 축제는 다음달 22일 시작해 18일간 대구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24개 작품을 소개한다. 지난 11일 개막한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올해로 17회째다. 음악이 기본이 되는 국내외 다양한 공연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광장 어디에서나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14번째 축제를 지난 5~7일 열었다.

세 축제는 그 동안 관객 수를 늘리며 몸집을 키워왔다. 첫 축제를 찾은 관객이 10만명이었던 DIMF는 지난해 관객 22만5,171명을 모았다. 객석점유율도 66%에서 86.6%로 뛰어올랐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초창기 관객이 4만여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만6,721명을 기록했다. 관객 10만명으로 출발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14회를 맞은 올해 3일간 73만2,000여명의 관객을 안산으로 불러모았다. 관객수만 따르면 14년 만에 7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의정부음악극축제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산은 10억원 내외다. 국제 축제를 치르기에는 적은 규모다. 하지만 공연계에서는 초청 작품의 면면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인 영국의 야외공연 ‘451’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화씨 451도’에서 영감을 받아 책이 금지돼 책을 불태우는 일이 소방관들의 임무가 된 미래를 그린다. 영국 일간 더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야외공연에 꼽혔다. 19~20일 폐막작으로 공연되는 스페인의 무용극 ‘비행’은 지난해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던 작품이다.

올해 DIMF는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 풀어낸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국의 ‘플래시 댄스’가 폐막작으로 초청돼 아시아 초연된다.

그림 2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국 뮤지컬 ‘플래시 댄스’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아시아 초연된다.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예술가들이 앞다퉈 찾는 예술축제로 거듭났다.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 협력예술가로 선정된 다원예술가 이은결은 “재미라는 걸 단순하게 웃고 즐기는 오락성만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실험적인 좋은 작품이 많이 공연되는 의정부음악극축제는 평소에도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국제를 내걸고 유수의 축제를 지향한다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만큼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주요 목표다. DIMF는 뮤지컬 장르가 낯선 관객들을 위해 강의를 마련했다. 올해는 ‘메피스토’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연과 ‘플래시 댄스’로 풀어보는 ‘무비컬’(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 특강이 열린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도 관객들이 서커스를 직접 배워보는 워크숍과 시민들이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는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올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초청된 데스비오 콜레티보의 '눈 먼 자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제공

세 축제의 관객 대부분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이다. 지난해 DIMF는 대구 지역 관객이 78%를 차지했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의정부시민이 60%고 나머지는 주로 서울과 경기북부지역 시민들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역시 안산시민이 70% 가량을 차지한다. 전국화와 국제화가 세 축제의 공통된 다음 목표다. 김태희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홍보PD는 “거리예술극 축제 중에서는 해외 예술가들이 꼭 참가하고 싶은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는 중”이라면서도 “타 지역 관객을 유치하는 것은 해마다 남는 숙제”라고 했다. 의정부음악극축제 총감독을 맡은 이훈 한양대 교수는 “성과위주로 가다 보면 늘 국제성을 지향하고, 그러다가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4년 전 세운 중장기 발전계획에서 올해까지는 국내와 의정부시민에게 더 집중하고 내년부터 국제적인 방향으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대만에서는 DIMF 방문을 원하는 단체관광객을 모집하는 여행객도 있을 정도로 아시아권에서의 위상이 올라갔다”며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자들을 비롯한 뮤지컬 관계자들이 모이는 아트마켓의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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