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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AI로 신약개발 시간•비용 크게 줄여”

입력
2018.05.14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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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스탠다임 대표 인터뷰

‘알파고’ 같은 딥러닝 기술 이용

신약후보 물질 미리 가려 놓아

비알코올성 지방간 신약 곧 특허출원

“글로벌 제약회사와 손잡고

이르면 내년 깜짝 놀랄 일 낼 것”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가 AI 기술로 기존 약 성분을 분석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가 AI 기술로 기존 약 성분을 분석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김진한(43) 스탠다임 대표는 신약개발 과정에 AI기술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스탠다임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AI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대표 벤처기업이다.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바둑판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미리 학습해 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에 있었던 약이나 물질이 가지고 있었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해 낼 수 있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물질 중에 신약이 될만한 후보 물질을 가려내는 데도 AI 기술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응용생물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했다. 귀국 후 삼성종합기술원에 취직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프로젝트에 매달렸다. 하지만 연구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되면서 김 대표는 마음이 맞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를 나와 지난 2015년 스탠다임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바이오와 생물분야 또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연구원들이 있어 바로 창업할 수 있었다”며 “창업 후 1년간은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다가 이후에는 신약개발 사업에 집중해 현재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임은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해 전임상 시험 중에 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신약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쓰이던 약의 특성을 분석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해 낸 것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약 분석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신약을 개발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제약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 약은 빠르면 올해 안에 특허 출원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데이터는 사람이 보기에는 단순한 숫자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AI가 분석하면 전혀 다른 용도의 쓰임새를 발견해낼 수 있는 훌륭한 지도”라고 말했다.

스탠다임은 최근 암 치료용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 물질도 AI기술을 활용해 골라놓은 상태다. 수많은 신약 후보 물질 중 실제로 약으로 개발돼 시판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AI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미리 가려 놓으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투자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AI로 걸러낸 후보 물질이 실제 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대학병원과 협업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제약회사의 의뢰를 받아 약 성분을 분석해 신약 개발 가능성을 알려주는 비즈니스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전문가인 김 대표는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 변화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인터넷처럼 AI기술도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거라는 게 김 대표 예상이다. 그는 “지금은 AI 기술이 TV나 쇼핑 등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간의 삶 전반에 AI 기술이 모두 적용될 것”이라며 “그 시기는 길어야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AI 기술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기술 자체보다는 쓰는 사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영화에서 보듯 AI가 스스로 지능을 지니거나 인간을 적대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인간이 잘못된 목적을 가지고 AI를 오용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관리ㆍ감독이나 대비책 등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2, 3년 내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함께 인간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스탠다임의 AI 기술을 높게 평가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다방면에서 접촉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께 제약업계 판을 흔드는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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