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실련 공동기획]

신도시 1ㆍ2기 개발 때 공개 채택
주변 시세의 60% 수준으로 공급
주택법 개정안, 한국당 반대로
8개월 째 법사위서 멈춰 선 상태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2007년 서울의 마지막 곡창지대였던 강서구 마곡 지구를 강제 수용한 뒤 새로운 택지로 만들어 분양하는 과정에서 3조원이 넘는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을 건설업계에선 분양원가 미공개로 꼽고 있다. 사실 분양원가는 지난 2007년4월 주택법 개정에 따라 공공 아파트는 61개, 민간 아파트는 7개 항목에 걸쳐 공개됐다. 그러나 공공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2012년 12개로 대폭 축소됐다. 더구나 2014년에는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제도까지 폐지됐다.

이에 따라 SH도 분양원가 중 용지ㆍ조성ㆍ이주대책ㆍ직접인건비 등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최종 수치만 내 놓고 있다. 신도시 개발 시 분양원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반시설설치비와 택지조성공사비 등의 항목은 전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건축비의 세부적 상승 이유 역시 ‘깜깜이’다.

이 때문에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여야 의원 41명이 이름을 올린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택지ㆍ공사ㆍ간접비 등에 한정된 현행 12개 원가 공개항목은 ▦택지비 4개 ▦토목 13개 ▦건축 23개 ▦기계설비 9개 등 총 61개로 다시 늘어난다. 특히 건설사 공사비 부풀리기 방지 차원에서 흙막이ㆍ창호ㆍ도배ㆍ타일 공사비 등의 세부항목도 공개 내역에 포함돼, 향후 건설될 아파트 분양가가 합리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8개월 째 멈춰 선 상태다. 법안 자구 심사 등을 담당하는 국회 법사위 2소위(위원장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통과하지 못한 채 본회의 상정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 확대로 인한 득보다 시장질서 교란 등의 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교착된 상황 속에서 먼저 칼을 빼든 쪽은 국토교통부다.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주무부처의 시행규칙 개정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최선을 다해 한국당을 설득하겠지만 마냥 입장 변화를 기다릴 수 없어 하반기에는 국토부 차원에서 시행규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도 “2007년 61개 항목 공개를 명시했던 시행규칙 중 시대의 흐름 등을 반영해 수정할 지점이 어딘지 살펴보고 있다”며 “과거 공개한 틀이 있어 시행규칙 개정을 결정만 한다면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 절차는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ㆍ국책사업 감시팀장은 “신도시 1기(서울 강남ㆍ개포), 2기(목동ㆍ상계) 개발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분양원가 공개(연동제)를 채택, 주변 시세에 60% 수준으로 싸게 주택을 공급해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둔 바 있다”며 “SH가 분양원가를 제대로 공개했다면 마곡 서민들은 지금의 반값 이하에 내 집 마련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H도 국토부의 올바른 판단에 합류해 제도로 강제되기 전 자발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