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노인 돕다 가해자 몰려
보험 출시 1주 만에 6만건 판매
중국 언론의 펑츠 관련 기사에 실린 사진. 바이두

외국인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 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지 말라”는 것이다. 선의로 도와줬다가 봉변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는 펑츠(碰瓷ㆍ자해공갈 사기) 관련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길에서 쓰러진 노인을 도와주려다 되려 가해자로 몰리거나 교차로에서 고의로 차에 뛰어들어 다친 척하는 사람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사례 등이다. 인터넷엔 수많은 ‘펑츠 예방법’ 관련 글이 항상 인기순위 상위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중국 사회에는 ‘외면 문화’라는 게 퍼져 있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났을 때 목격자가 나서거나 노인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을 때 부축해주는 일은 극히 드물다. 중국 정부가 길거리에 그토록 많은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이유가 외면 문화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 뉴스에는 펑츠 관련 기사 못지않게 제 때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사람들의 소식도 자주 나온다.

외면 문화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노인들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최다 상해사망 건수는 실족사다. 길을 걷다가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일보다 더 많은 것이다. 지난해 웨이보(微博)에선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사는 한 20대 청년이 올린 참회의 글이 화제였다. 그는 “교차로 건너편에서 한 노인이 쓰러지길래 다른 길로 돌아갔는데 그 노인이 나의 어머니였더라”면서 “다시는 어려운 노인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펑츠 피해를 염려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험도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2015년 10월부터 화안보험과 제휴해 ‘노인돕기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3위안(약 510원)을 내고 보험에 가입하면 노인을 돕다 손해배상청구 등의 피해를 볼 경우 2만위안(약 340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은 출시 일주일만에 6만건 넘게 팔렸다. 그만큼 펑츠 피해가 많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컸음을 짐작케 한다.

뒤늦게 중국 정부도 ‘하오런(好人)법’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부터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다 뜻하지 않게 피해를 주더라도 민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법 조항이 발효됐다. 하지만 소송에 휘말리면 그 자체로 정신적ㆍ물질적 피해가 클 수밖에 없고 CCTV 증거나 목격자의 진술 등이 없으면 법률의 구조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차이신(材新)망에 따르면 하오런법 발효 후에도 노인돕기 보험 가입자는 매달 1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뉴스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안심하고 노인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부득이한 조치”라거나 “보험이 없으면 어려운 노인을 도울 수도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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