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거래절벽 심화

지금 부동산 시장은 동상이몽
매도ㆍ매수 호가 수억원대 차이에 거래절벽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정부 1년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지역.jpg-박구원기자/2018-05-13(한국일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4분의 1로 '뚝'.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4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3월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고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사진은 6일 연합뉴스

“4월 이후 한달 넘도록 계약을 단 한 건도 못했다. 전용 84㎡의 경우 매도자는 최소 17억원은 받아야겠다는 입장인 반면 매수자는 15억원 아래 매물만 찾는다. 물건도 거의 나오지 않지만 그나마 있는 물건도 호가 차이가 너무 커 거래가 안 된다.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전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의 넋두리다. 지난달 1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 동안 집값 폭등의 달콤함을 맛 보며 눈높이가 높아진 매도자들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질 것이라며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은 이미 집값은 꺾이기 시작했다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집값 전망에 대한 ‘동상이몽’과 수억원대 매도ㆍ매수 호가 차이로 거래 절벽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0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는 1,724건을 기록했다. 일 평균 172건이 이뤄진 셈이다. 작년 5월(1만194건) 일평균 거래 329건의 절반 수준이다. 1분기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는 매월 1만건을 웃돌며 활황을 보였다. 그러나 4월 이후 매수 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6,314건에 불과했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도 예외가 아니다. 서초구는 이달 거래량이 고작 47건에 그쳤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1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집값은 정권 초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8일 서울의 집값 주간 상승률은 0.08%였지만 출범 직후인 15일 0.13%, 22일 0.20%, 29일 0.28% 등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이에 새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투기세력으로 지목하며, 출범 한 달여 만인 지난해 6월19일 첫 규제책을 내놨다. 그러나 과열 양상이 진정되지 않자 정부는 다시 투기수요가 유입되는 곳은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다주택자는 양도세를 중과하는 초고강도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10월24일에는 돈줄을 죄는 가계부채종합대책도 추가했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열이 계속되자 재건축 안전진단강화 카드도 꺼냈다. 올 들어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지난달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며 집값 폭등세는 일단 수그러들었다. 1년 만에 집값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점에서 정부 부동산 대책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적잖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값은 3.88% 올랐다. 특히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16.76%나 폭등했고 서울 송파구(16.33%)와 강동구(11.79%) 등 강남4구가 모두 10% 이상 급등했다. 강남권의 전용 84㎡ 아파트는 시세가 12억원 안팎에서 17억원까지 1년 간 5억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비강남권도 수억원씩 상승한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년 이란 짧은 기간 동안 20%에 육박하는 집값 폭등의 ‘달콤함’을 맛본 집주인들이 쉽게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절벽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매수자 입장에서는 시장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거래 위축 분위기는 상반기 또는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입주 물량도 부담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에선 20만9,06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19만646가구)와 합치면 40만가구에 육박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내년 한해 동안 30만가구 이상이 입주하는 만큼 가격 하락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강화 카드가 계속 언급되는 것도 투자자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현금이 많은 잠재 수요자들이 가격 하락을 기다리고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 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얼마나 활발할지 움직일지 여부가 향후 집값 향방의 중요한 변수”라고 전망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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