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추진위, 산하 분과에 TF 설치
山 많은 북한, 국토 5분의 1 황폐화
‘산림 복구 전투’ 강조도 별 무소용
‘사람=체제’ 동일시… 도움 받기 꺼려
정부가 속도 내자 민간서도 ‘기지개’
10일 강원 철원군 통일양묘장에서 한 근로자가 북한 산림복구를 지원할 소나무 묘목을 관리하고 있다. 철원=연합뉴스

4ㆍ27 남북 정상회담 합의 사항 실현을 위해 구성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이행추진위)’의 첫 사업은 뭘까. 국내 보수 세력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타이밍을 못 잡아 온 임산부ㆍ유아 대상 인도적 대북 지원 같은 걸까. 아니다. 바로 ‘남북 산림 협력 연구’다. 최근 이행추진위는 산하 3개 분과위원회 중 남북관계발전분과에 ‘산림 협력 연구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왜 숲일까. 무엇보다 북한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008년 현재 상황이기는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이 통일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체 국토 면적(1,231만㏊) 중 산림 면적이 73%(899만㏊)인데, 그 중 32%(284만㏊)가 파괴됐다. 전체 5분의 1 이상이 못 쓰는 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추정치다. 북한은 산림 관련 공식 통계나 자료를 발표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국립산림과학원이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관련 기관이 인공위성 영상 자료를 분석해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숲을 방치한 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산림 복구 전투’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정권 출범 뒤 두 번째로 발표한 담화(‘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에서 그는 기존의 산림 관리 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10년 안에 수림화(산림 녹화)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계기마다 당부를 잊지 않았다. 2015년 신년사에서 “산림 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이라”고, 올해 신년사에서 “산림 복구 전투 성과를 더욱 확대하라”고 했다. 2016년 발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도 ‘산림 복구 전투’, ‘양묘장 조성’ 등이 포함됐다.

북한 농업연구원 과수학연구소 준공식이 지난 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연구소 시설 내부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강력한 의지는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이종민 국립산림과학원 석사연구원 등이 지난해 학술지 ‘통일문제연구’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2~2016년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에는 산림 문제를 다루는 기사가 602건 실렸는데, 산림 조성(양묘, 조림, 육림 등) 관련 보도가 512건(85%)으로 집계됐다. 논문은 “산림 복구 사업이 산림 조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쉬운 건 성과다. 논문은 ▦북한 산림 복구 사업이 군중 동원에 기반한다는 본질적 한계로 인해 활착률(심은 나무 수에서 살아난 나무 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목표량 달성을 위한 양적 확대에만 치중할 뿐 사후 육림 관리는 부실하며 ▦자원과 기술력이 부족해 노력 대비 성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11일 남북 산림 교류에 속도를 내는 배경과 관련해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이며 우리로서는 경험이 많이 축적된 분야”라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서 남측 도움을 받기에는 사람보다 숲이 그나마 덜 창피하다는 점도 우선 추진 배경이다. 남북 교류 사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우리에겐 ‘인도적 문제’인 대인(對人) 사업을 북측은 ‘체제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상 공개를 꺼린다”며 “일각에서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보건ㆍ의료 분야 지원이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산림 협력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저촉될 여지가 적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속도를 내자 산림 교류 관련 민간단체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보수 정권 하에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단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 산림 복구 지원 단체 연합체인 ‘겨레의숲’은 최근 소속 단체 간 회의를 열어, 정부 기조를 어기지 않으면서 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놓고 토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처장 등 공석을 메우고, 운영 방식이나 방향도 재정비할 방침이다. 겨레의숲 관계자는 “남북 산림 협력 사업을 ‘쉽고 신속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산림 녹화뿐 아니라 해당 지역 개발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는 만큼 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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