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신작 ‘롱 웨이’ 발매… “삶의 변곡점”

록밴드 페퍼톤스의 베이시스트인 이장원(왼쪽)과 기타리스트인 신재평은 대학 동기이자 14년 동안 함께 한 음악의 동반자다. 안테나뮤직 제공

2인조 록밴드 페퍼톤스 기타리스트인 신재평(37)은 학창 시절 ‘주말 연어족’이었다. 평일엔 대전에 있는 대학교(카이스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주말이면 경기 안양시 집으로 돌아갔다. 고속버스를 타면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대학생 신재평에게 고속버스터미널은 제2의 놀이터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버스 안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 즐거웠다”며 옛일을 떠올렸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나 신재평은 그 추억을 떠올리며 6집 ‘롱 웨이’ 작업을 했다. 5집 ‘하이파이브’ 발매 후 4년여 만에 낸 새 앨범의 화두는 “여행 속 정서”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밴드 소속사 안테나뮤직에서 만나 들려준 얘기였다.

“모두 정착을 하며 사는 듯하지만 다들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잖아요. 그게 인생이고요. 그 과정을 통해 얻는 설렘과 기대를 앨범에 진하게 우려내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라고 생각했고요.”(신재평)

신재평의 말처럼 밴드의 새 앨범은 한 편의 로드 무비 같다. 오랫동안 멀리 떠났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의 설렌 마음을 담은 ‘긴 여행의 끝’으로 시작해 다시 여행을 떠나는 듯 흥겨운 연주곡 ‘롱 웨이’로 앨범은 끝난다. 그 여정 속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때론 무리에서 낙오돼 주눅든 ‘새’처럼 비틀거리기도 한다.

멜로디에도 긴 여행의 흥분과 좌절이 고스란히 실렸다. 시작(1~3번 트랙)은 100℃ 끓는 물 분자처럼 흥겹게 리듬을 티지만, 마지막(6~7번 트랙)에 다가갈수록 통기타 연주로 차분히 흥분을 정리한다.

특히 6번 트랙인 ‘노를 저어라’는 가슴 한 곳이 저릿할 정도로 아리다. 베이시스트인 이장원(37)은 이 곡을 “외딴 바다를 떠도는 넋들의 힘찬 뱃노래”라고 설명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만들어 묵혀 놨다가 이번 앨범에 실은 곡이다. ‘레디 겟 셋 고’ 풍의 경쾌한 음악이 주를 이뤘던 페퍼톤스의 음악적 변화이기도 하다.

“소박하고 아늑한 소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소리에 관심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새’라는 곡엔 관악(기) 솔로 파트가 들어갔고요.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기 위해 루시드폴 형에게 조언도 구했어요. 오두막에서 새 앨범 녹음을 했던 경험이 있잖아요. 앨범 수록곡 중 ‘카우보이의 바다’는 강원도 춘천의 한 학교 체육관에서 녹음해 그 울림을 담을 수 있어 만족해요.”(이장원)

페퍼톤스의 음악처럼 이장원(왼쪽)은 엉뚱하지만, 신재평은 다소 진지하다. 안테나뮤직 제공

페퍼톤스는 “새 앨범을 작업하던 시기가 삶의 변곡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 데뷔해 올해로 데뷔 14년 차. 흐른 시간만큼 음악 환경이 변한 탓도 컸다.

“2014년 5집을 내고 방송 활동을 하기 시작했던 게 가장 큰 변화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육춘기’를 맞았다랄까요? 공연만 할 때는 몰랐는데 예능 프로그램(tvN ‘문제적 남자’) 나간 후엔 동네 분들이 너무 친숙하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웃음기를 빼고 좀 진지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 것 같아요.”(이장원)

진지하기만 하면 페퍼톤스가 아니다. 이들은 철새(‘새’), 외계인(‘할머니와 낡은 로케트’), 카우보이(‘카우보이의 바다’) 등을 곡의 주인공으로 삼아 동화적 상상력을 잃지 않는다. 영원한 ‘어른 아이’로 남고 싶은 페퍼톤스는 다음달 9∼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단독 공연에 나선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돼서도 2집 타이틀곡인 ‘뉴 히피 제너레이션’을 부르고 싶어요.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걸어가 끝에 뭐가 있는지 보자는 태도로 음악을 하다 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요?”(신재평)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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