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뒷말만 무성

사내 인트라넷서 모두 삭제
“시스템 오류” 해명했지만
“문제 소지 없애기 아니냐”
기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물컵 갑질’ 이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 인트라넷 댓글이 한때 모두 삭제돼 뒷말을 낳고 있다. 문제 소지가 될만한 싹을 없애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시선이지만, 시스템 오류 문제로 지금은 복구됐다는 게 사측 해명이다.

지난 10일 오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서는 “VOC(고객의 소리)의 DDY의 댓글이 사라졌다”는 대한항공 직원 제보가 잇따랐다. DDY는 대한항공 내에서 조 회장을 가리키는 코드다. 대한항공 직원들에 따르면 조 회장은 항상 VOC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고객 불만은 고객 서비스 부서를 통해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오는데, 불만 내용과 해결 과정은 전 직원에게 그대로 공개된다. 고객 불만 처리에 달린 조 회장 댓글들이 지난 9일 낮 12시부터 10일 오전 8시 30분 사이 삭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로 조회장 댓글이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 다시 복귀됐다”고 해명했다. IT 작업 중 조 회장 코드를 잘못 건드린 탓이라는 것이다.

하필 조 회장 댓글만 없어졌었느냐는 점 때문에 삭제 후 다시 논란 소지가 보이자 회사가 되살린 게 아니냐는 말이 대한항공 직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사무장 B씨는 “IT 작업을 하는데 왜 회장 멘트만 없어졌다가 생겨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 댓글은 총수의 소통 수단을 넘어 고객 항의를 받은 직원을 ‘문제 직원’으로 낙인 찍고, 공개적인 망신을 주는 방편이 됐다는 게 다수 대한항공 직원의 말이다. 20년 차 대한항공 승무원 A씨는 “조 회장의 ‘No Mercy’(자비를 주지 마라)라는 댓글이 하나만 달리면 해당 직원은 시도 때도 없이 면담에 불려 다니고 경위서를 작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갑질, 밀수, 상속세 탈루 의혹 속에 조 회장은 지난 10일 진에어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게다가 11일에는 한진 일가의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으로 대한항공 본사 인사전략실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가 검찰 지휘를 받아 집행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뒤 관련자 소환조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회장 차녀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는 이날 업무방해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12일 오후 7시 30분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 퇴진을 촉구하는 두 번째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주최 측은 500명으로 신고했으나 집회 인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 인트라넷 'VOC'(고객의 소리)에 남긴 댓글. 독자 제공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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