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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나에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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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나에게 사과하라”

입력
2018.05.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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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흔적’展 안세홍 작가 인터뷰

겹겹 프로젝트 사진가 안세홍

중국에서 처음 만났던 이수단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의 아픔 때문에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었어요. 아기 인형을 받아 들고 하시는 말씀이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갔니? 나랑 같이 살자.’ 이야기 하세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처음 만난 건 1996년도에 ‘나눔의 집’ 사진 취재차 갔었습니다.

‘다른 나라 성노예 피해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생각하면 조사를 했는데 해외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이 거의 전무하더라고요.

전쟁이 일어난 다른 나라 여성들도 분명 피해자인데 이 분들의 존재는 드러나지도 않고 이 분들의 아픔이 묻히는 현실을 보면서 사진 기록을 통해 이 분들을 전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2013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티모르에서 10여분, 인도네시아에서 30여분, 중국에서 24분 등 2017년까지 총 90여분을 기록했고요. 아직도 만나지 못한 피해자가 더 많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웨이샤오라는 피해 여성은 3대월 동안 일본군 부대 안에서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도망쳐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생리가 없는 거예요. 이미 뱃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었던 거죠.

그 아드님이 자라면서 온갖 마을 사람들로부터 모진 고초를 겪었어요. 얼굴이 일본군을 닮았다는 이유로 학교도 못 가게 하고 지금도 가면 친척, 마을 사람들이 이 분을 무시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계림에서 2시간 떨어진 마을에 성노예 피해 여성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요. 마을 앞에서 전화를 했는데 아드님이 전화를 받으시더니 3시간 전에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장례식 준비도 안된 시신만 있고, 그 다음날 영정사진을 두고 장례식 준비를 하는 모습, 그런 아픔을 봐야만 했죠.

성노예 피해 여성들에겐 시간이 많이 없어요. 지금 우리나라 피해자 분들도 거의 90대가 넘는 고령이고 동남아 피해자 같은 경우는 80중반부터 90세 전후의 피해자들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생존해 있지 않습니다. 점점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이 분들의 기록조차 안 남아 있는 게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죠.

기록이라는 게 하나하나의 기록이 쌓이면 역사가 되듯이 일본군 성범죄 기록들을 돌아가시기 전에 한 분이라도 더 남기는 게 중요한 상황입니다.

90여 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분들을 만나면서 이구동성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었습니다. ‘왜 일본군이 우리 땅에 와서 나를 이렇게 해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하세요. 피해자들은 그 것에 대한 치유를 받은 적이 없는 거예요. 당연히 가해를 한 일본군의 높은 사람, 윗 사람이 와서 나를 보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죠.

일본군 성범죄는 한일간의 역사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전쟁과 인권 문제로서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현유리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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