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작업 기사 9만개로 수사 확대
선거판서 활개치는 브로커의 진화
“돕겠다” 나서면 제대로 검증도 안해
‘제2 드루킹’ 막으려면 처벌 강화해야
10일 오후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도착한 '드루킹' 김동원(49)씨가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면서 주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19대 대선과 이후 시도했던 ‘댓글 여론전’ 위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조직적인 댓글 작업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및 공감수 조작이 디지털 정치브로커의 농간이었는지, 정치권과의 결탁으로 행해진 은밀한 작전이었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에 눈이 멀어 “돕겠다”는 이들의 손을 ‘일단 잡고 보는’ 안일한 자세로 인해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많다.

위력 드러낸 ‘디지털 여론전’

지금까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드루킹의 행태는 정치브로커의 진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추종세력(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모아 정치인(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접근, 선의를 가장해 첨단 기술을 이용한 온ㆍ오프라인 도움(댓글 여론조작)을 준 뒤 ‘목표(지지후보 당선)’가 달성되자 대가(인사청탁)를 요구하는 식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선 그간 일부 네티즌의 일탈쯤으로 여겨졌던 댓글 여론조작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진데다 그 위력 또한 상당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17~18일 댓글 작업이 이뤄진 기사 2개에 대한 수사로 시작된 이 사건의 수사대상 기사는 현재까지 재작년 10월부터 작성된 기사 9만개로 확대됐는데, 이 시기 이들이 작성한 댓글 가운덴 문재인 대통령의 대권 경쟁자였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MB 아바타설’ 등이 포함돼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혔단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 온라인 작업 매뉴얼에 따라 비밀 대화방 수십 개를 만들어 지시ㆍ보고가 수시로 이뤄지는 등 여론조작 작업은 매우 일사불란했다. 여기에 수월한 매크로 작업을 위해 자동화 서버 ‘킹크랩’을 자체 개발하는 등 한층 진화된 댓글 조작 시스템을 갖추면서 파괴력도 크게 높였다. 지난 1월 드루킹 일당은 이틀 동안 676개 기사의 2만개 댓글에 공감 수를 무려 210만번이나 부정 클릭한 점만 봐도 여론조작의 위력은 가공할만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드루킹’ 김동원 일당 댓글 조작 및 주요 활동 송정근 기자

민주주의 허약성 드러낸 암묵적 결탁

이처럼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 파급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수혜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정치적 결탁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검은 세력과의 유착 여부는 향후 수사에서 드러날 일이지만 당장 도덕적 책임과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놓고 선거 때만 되면 표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검증 없이 아무 손이나 빌리는 그릇된 관행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해도 ‘로또 복권’에 비유되는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서의 긍정적 여론 조성을 돕겠다는 드루킹 일당의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였다지만, 이들의 불법 댓글 조작이나 보좌관 한모(49)씨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 등 위법 행위들을 감시하지도, 관리하지도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단 얘기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인터넷 여론이 표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디지털 민주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민주주의 보완 시급”

19대 대선 과정과 정권교체 이후 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는지 향후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허약한 디지털 민주주의를 보완할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댓글 조작이 고작 업무방해 정도 혐의에 그친다면 선거에 나서는 누구라도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온라인이 불법 선거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처벌 기준과 제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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