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경수 소환 등 초동대응 소극적
검찰은 압수수색도 안하고 ‘무혐의’ 결론
[저작권 한국일보] ‘드루킹’ 김동원 일당 댓글 조작 및 주요 활동 송정근 기자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19대 대선과정과 이후 광범위한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사건에 정권 실세 의원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과 경찰 수사에 온갖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부실, 늑장, 축소, 은폐, 책임 떠넘기기 등 수사기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여러 행태가 무더기로 노출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야권이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력 추진하면서 수사 지휘를 맡은 검찰이나 수사 책임을 맡은 경찰이 사건 실체를 밝히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 핵심 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루 정황이 드러나자 수사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우선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려 하지 않았다. 김씨 일당의 근거지인 ‘느릅나무’ 출판사 압수수색영장은 부실한 내용으로 3차례에 걸친 신청 끝에 발부됐고, 이마저도 영장 집행 당일 이미 출판사에서는 증거인멸이 한창이었다. 심지어 댓글조작에 사용된 매크로를 구입한 ‘서유기’ 박모(31)씨가 입건된 뒤에도 해당 출판사에서 각종 자료를 가지고 나오는 등 활개치도록 방치했다. 출판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폰 170개 중 133개는 제대로 조회도 해보지 않고 검찰에 넘겼다가, 부랴부랴 돌려받아 수사하는 등 압수물 분석에도 소홀했다.

핵심 관련자인 김 의원을 상대로는 통신 및 계좌 추적, 압수수색도 없이 지난 4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23시간 고강도 조사를 했다는 자평이 나왔지만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정황을 발견하기 보다는 기존 의혹에 대한 김 의원을 해명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씨 일당이 대선 과정과 이후 9만건의 기사 댓글을 조작하고, 김 의원에 대해 경공모 회원들의 후원금 2,700만원 쪼개기 후원된 정황도 김 의원 소환조사 이후 확인하면서 “23시간 동안 물어볼 말이 얼마나 있었겠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검찰도 초동 수사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19대 대선(지난해 5월 9일) 나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경제적공직화모임(경공모)’의 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을 수사했을 당시, 김씨나 근거지인 느릅나무 출판사 등 계좌에서 ‘대가성 자금’을 확인할 수 없고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이유로 현장 압수수색 한 번 없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의뢰 사건이어서 당시로선 수사 집중도 등의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여론조작과 관련한 수사의뢰였던 만큼 의욕을 가졌다면 현재 밝혀지고 있는 광범위한 댓글 조작 정황이 조기에 포착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검찰이 문재인 정권 출범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에 움츠러들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수사부실이 드러나는 데도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서로 탓하기 바쁘다. 경찰은 핵심 관련자의 압수수색, 체포영장 기각을 검찰의 비협조 탓으로 돌리고, 검찰은 요건도 못 갖춘 경찰의 영장 신청이 문제라는 식이어서 수사기관의 상호불신 속에 드루킹 사건 증거가 점점 소실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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