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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문재인 1년'에 다시 읽는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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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문재인 1년'에 다시 읽는 취임사

입력
2018.05.1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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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게임 속 80%대 지지율

비판ㆍ저항세력도 통합ㆍ공존으로 감싸야

'모든 국민' 손잡아야 '2년차 징크스' 극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10일 SNS에 '처음처럼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는 제목으로 "평화가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손을 꼭 잡아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 메시지는 전날 밤 도쿄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됐다./문 대통령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10일 SNS에 '처음처럼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는 제목으로 "평화가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손을 꼭 잡아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 메시지는 전날 밤 도쿄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됐다./문 대통령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중순 김기식 전 금감원장 논란이 가열되자 이례적으로 직접 입장문을 작성해 발표했다. 문제되는 행위 중 하나라도 위법 판정을 받거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임명을 철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하고 싶다"며 덧붙인 얘기가 내내 찜찜했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다."

로비성 외유와 셀프 후원금 등 김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고 키우는데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앞장섰으니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 등 여기저기서 많은 제보가 그쪽으로 흘러간 흔적도 많다. 하지만 그 의혹이 합리적 의심을 가질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면, 또 금융감독 책임자의 자격과 동떨어진 것이었다면 이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곳곳에서 드러난 그의 자질과 도덕성 결함이 국민 눈높이나 청와대 인사원칙에 어긋났기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여론도 등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하기 전에 '우리편 함정'에 빠진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라인을 호되게 질책해야 했으나 지금껏 그랬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결같이 80%를 웃도는 지지율을 노래했다. 경제를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서, 또 지역ㆍ세대ㆍ계층ㆍ이념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지지를 받아 이룬 성과다. 야당이 '민생은 피폐, 적폐는 누적'이라고 악다구니를 쓰고 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으로 항간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가 적지않은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흥미롭다.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의 급진전에 따른 기대가 크게 작용한 덕분이라 해도 그것 역시 문 대통령의 몫이고 운이다. 한국당은 이런 지지율이 엉터리 표본에 근거한 조작이라며 6ㆍ13 지방선거에서 실상을 드러내겠다고 소리치지만 참담한 결과만 확인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취임 생일인 10일 소회와 각오를 밝히는 간단한 메시지만 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프로세스를 결정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련국들이 벌이는 고난도 게임을 쫓아가며 판을 깨지 않도록 돌보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즈음 1년 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작"을 선언하며 읽어 내려갔던 취임사를 다시 들춰 보기를 권한다. '2년차 징크스'를 비웃는 80%대 지지율의 의미도 함께 찬찬히 따져 보면 더욱 좋겠다. 그 지지에는 문 대통령이 두렵다고 한 '비판과 저항'도 적잖게 포함돼 있으니 말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보수층의 66%, 한국당 지지자의 40%, TK지역의 70%가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 것은 대표적 증거다.

문 대통령의 가슴과 머리는 지금 다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고,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나갈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천명한 이상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로 충만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통째로 넘길 것이냐'고 묻는 세력에 대해 "(비상식을 반복하는 행태를)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만 말해선 안 된다. '드루킹 특검'을 고집하는 야당의 사정은 고려않고 왜 추경예산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는 문구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 단골 메뉴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문 대통령은 좀 다를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 역시 시간이 갈수록 번거롭고 시끄러운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고 질서 있고 효율적인 '청와대 정치'를 우선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변화를 거부하는 힘을 이길 수 있도록 국민이 손을 꼭 잡아 달라"고 했다. 그 국민의 경계가 없었으면 좋겠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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