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채택한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인가. 역사적인 4ㆍ27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지 2주일이 지나도록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 합의를 번복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준 동의를 추진하고 있다. 여당은 이른바 ‘드루킹 특검법’과 맞교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야당은 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 국회 공회전 속에서 논란이 잠복하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부상했다. 특검법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폭행한 범인의 입을 통해서다. 현장에서 제압당해 쓰러진 그는 “국회 비준을 해 달라는데 그렇게 어렵나. 여당은 특검을 해 준다고 하는데도”라고 울먹이며 항변했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찬성하는 여론이 61.1.%로 반대(18.6%)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조사를 감안하면 그의 호소가 아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유권해석을 의뢰받은 법제처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2007년 10ㆍ4선언에 대해선 당시 법제처가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한 바 있다.

▦ 한국당은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는 이유로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6년 시행된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이라는 판문점선언의 경제협력 조항이 재정적 부담에 해당한다며 국회 비준 동의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법에서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동의를 비준의 사전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처럼 대통령이 이미 서명한 합의서를 다시 국회로 되돌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판문점선언의 성격도 애매하다. 정치관계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차원의 문서라기보다 남북 정상의 정치적 공동선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앞선 모든 남북 합의문처럼 판문점선언도 조약처럼 법조문화돼 있지 않고 시행 시기 등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한발씩 물러나 국회 차원의 찬성 결의문을 채택하는 정도에서 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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