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7개월전부터 지난 3월까지
기사 9만건 URL 여론조작 정황
‘안철수는 MB세력’ 공세 선언
반기문 기사엔 다수 비판 댓글
매크로보다 강력한 자동화 서버
킹크랩 활용 확인 땐 파장 클 듯
드루킹 일당이 19대 대선이 본격화한 지난해 4월 6일 ‘경공모’ 회원들에게 ‘안철수 조폭’ ‘차떼기’ 두 단어를 네이버 검색창에서 10분간 검색하라고 지시한 텔레그램 비공개 채팅창. 이날 오후 ‘안철수 조폭’과 ‘차떼기’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다퉜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19대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9만여 건의 기사 주소(URL)에 댓글 여론조작을 펼친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가운데 기사 1만9,000여건은 대선 과정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드루킹 일당의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9일 “최근 드루킹의 또 다른 측근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회원 김모(필명 초뽀)씨가 보관하던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분석한 결과, URL 목록 9만여 건이 발견돼 해당 기사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불법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일 경공모 운영자금 마련 사업 중 하나로 비누 제작을 맡은 초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과정에 암호가 걸린 보안 USB를 발견했다.

경찰은 USB와 별도로 경공모 회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2곳에서 973건의 URL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624건의 URL은 대선 전인 지난해 4월14일~5월9일 작성된 기사로 파악됐지만 대부분 USB 목록에 담긴 기사와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드루킹 일당과 경공모 회원들이 대선 과정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대규모 댓글 조작 활동을 벌였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선 전 여론조작이 시도됐을 것으로 보이는 네이버 기사 1만9,000건에 대해선 아직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대선 과정에서의 댓글 조작여부를 파악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드루킹 일당의 것으로 추정된 아이디로 이미 대선 이전부터 댓글 조작에 나선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과 함께 대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지난해 4월 드루킹은 직접 자신의 블로그에 ‘안철수는 MB세력’이라며 ‘일주일간 네이버에서 (댓글 작업으로) 저들과 싸우자’는 글을 올리는 등 대대적인 댓글 공세를 선언한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사실상 조기 대선이 예고된 지난해 초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상대로 지목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집중 비판 대상이었다. 지난해 1월 17일 반 전 총장 관련 기사엔 ‘sung***’ ‘rose****’등 드루킹 일당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가 동원 돼 다수의 비판성 댓글을 남긴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사용된 아이디들은 지난 2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기사에 인사청탁 협박을 암시하며 ‘김경수 오사카’ 등의 댓글을 달았던 아이디와 동일하다. 특히 이 아이디들로 작성된 기사 댓글의 일부는 베스트 댓글이 되거나 댓글 상단에 위치할 정도로 많은 공감 추천을 받아 매크로 사용 의혹이 제기된다. 드루킹 일당이 대선 기간에 문재인 후보 캠프 논평을 다룬 기사 주소에 ‘베스트 댓글’ 작업을 지시하거나 ‘안철수 조폭’ 등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토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댓글 공감 수를 자동으로 늘리는 일반적인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드루킹 일당의 매크로 자동화 서버(일명 킹크랩(Kingcrab))가 대선 과정에 활용됐을 경우 파문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이 올 1월 17~18일 단 이틀 동안 2,290개의 아이디를 동원, 676개 기사의 댓글 2만개에 공감 수를 무려 210만번이나 부정 클릭한 점을 미뤄봤을 때 여론형성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했을 거란 게 정보통신(IT)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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