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7,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전격적으로 만났다. 비슷한 시점에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8일 평양을 다시 방문했다. 반전의 연속이고, 속도전의 연속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속하면서도 주도면밀한 전략이 읽혀진다.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맞교환을 위해 중국과 미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두 강대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모양새이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서 다시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은 조선의 일관되고 명백한 입장”이고 “유관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안전 위협을 해소한다면 조선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선언에서 밝힌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와 체제안전보장을 재강조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주석과도 상시적 정상회담을 통해 우정을 돈독히 다진 뒤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방식으로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김 위원장의 이런 의도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되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한미합동군사훈련 용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일방적이고 선제적인 행동을 통해 미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인정을 받으려 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9일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조치키로 결정했다. 북한은 나름대로 주변국들과의 신뢰구축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 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왜 속도전을 벌이듯 남북관계, 북중ㆍ북미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것일까. 그의 의도는 시 주석과의 대화 내용에서 명확하게 읽혀진다. 그는 “조미대화를 통해 상호신뢰가 구축되고, 유관국들이 책임 있는 태도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취해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전면적으로 추진하여, 최종적으로 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표현은 미국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신뢰구축,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과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 그리고 한반도의 안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등의 수순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이 비핵화ㆍ평화체제 구축의 로드맵은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4ㆍ27 판문점 선언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국내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제건설이다. 그는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접고 경제건설에만 집중하는 단일 전략노선을 채택하고 민생개선에 거의 올인하고 있다. 이는 올해 신년사에서 정권 창건 70주년이 되는 9ㆍ9절을 대경사로 기념하겠다고 주민들에게 공언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9ㆍ9절은 이제 4개월 남았다. 대경사로 기념하기 위해서는 당장 주민 생활향상 효과를 보여 줘야 한다. 최소한 주민들에게 보다 희망적인 미래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경제건설 노선관철의 핵심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에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아래에서는 아무래도 목표 달성을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비친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김 위원장의 중장기적 목표라면 단기적 목표는 대북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다. 그는 최대한 빨리 비핵화를 추진하고, 최대한 빨리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재 해제를 얻어 내려 한다. 이는 결국 미국에 의한 북한의 합리적 안보우려 해소와 제재 해제 속도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속도도 결정될 것임을 시사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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